버냉키 “더 강력한 부양책 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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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국 Fed 의장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1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중앙은행연찬회 자리를 떠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줄타기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연례 포럼에서 행한 버냉키의 연설엔 그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공황 전문가인 그는 디플레이션의 폐해를 누구보다 걱정한다. 이번에도 그는 8%가 넘는 실업률이 3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했다. 버냉키는 이번 연설에서 “Fed는 더 강력한 경기회복과 고용시장의 꾸준한 회복을 위해 추가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두 차례 양적 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언급하긴 했지만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3차 양적 완화 카드가 자신의 손 안에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월가를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도 Fed의 3차 양적 완화 기대감에 들떴다. 뉴욕 다우지수는 90포인트(0.69%) 상승하고 독일·프랑스 증시도 1%가량 올랐다.

 버냉키로선 시간도 별로 없다. 그의 임기는 2014년 1월 끝난다. 오는 11월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이 가까울수록 그의 입지는 좁아진다. 야당인 공화당은 Fed의 경기부양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이 아직은 약하다. 실업률이 8%를 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그리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각종 경제지표는 엇갈린다. 고용시장은 죽을 쑤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선 온기가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7일 발표될 8월 실업률 지표에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고용사정이 다시 악화하거나 취업자 수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버냉키로선 명분을 얻는다. 월가가 12~13일 열리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Fed의 카드가 꼭 3차 양적 완화뿐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이 Fed에 맡긴 지불준비금에 대한 이율을 낮추든가, 초저금리 정책의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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