롄잔 등 정·재계 인사 50명 파견 … 대만, APEC에 공들이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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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만이 오는 8~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APEC 총력전’에 나섰다. 대만은 이번 회의에 총리와 부통령을 지낸 롄잔(連戰·사진)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을 비롯해 50여 명의 정·재계 인사를 대거 파견하기로 했다. APEC을 대만의 경제·외교적 역량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대만이 이처럼 APEC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만은 최근 급격한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다. 잔만룽(詹滿容) 대만경제연구원 APEC연구센터장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1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대만은 지난해 4.0%에 그친 데 이어 올해는 1.6%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런 위기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환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찾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대만과 APEC 회원국 간의 무역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했다. 대만 전체 해외무역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만으로서는 APEC 회원국들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 정부는 APEC을 앞두고 각국 기자들을 잇따라 초청해 자유무역체제에 대한 대만의 입장 등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타이베이 현지에서 만난 황딩팡(黃定方) 재정부 차관은 “대만은 관세장벽 없는 무역 환경을 만들기 위해 늘 앞장서 왔다”며 “최근 수년간 APEC 관세협의기구의 각종 회의를 유치해 왔으며 이달에도 국제관세워크숍을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셰우차오(謝武樵) 외교부 국제조직국장은 “대만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설립 등 환태평양 경제 통합을 위해 회원국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며 “10년 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APEC 회원국들에 컴퓨터와 전문강사, 이동식 차량까지 보내 현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대만의 이미지 제고 전략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중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도 소홀히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대만의 대중국 투자액은 143억 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액(180억 달러)의 80%에 육박했다. 1억 달러 이상 투자 14건 중 11건이 대중국 투자였을 정도로 중국은 대만에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롄 명예주석도 이번 정상회의 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의 회담을 열고 양안 간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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