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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26세 동갑내기 동창 3명 '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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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 가야미3중주단의 정은영.유승희.이현희씨(왼쪽부터)가 연습실로 쓰는 대청호변의 한옥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 마디 에인 사랑/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정완영 시조 '조국' 중)

이 시조 속에서 '우는 악기'로 표현된 가야금을 가장 역동적인 현악기로 재탄생시킨 연주자들이 있다. 충북 청주에 기반을 둔 '가야미 3중주단'.

원래 1998년 국내 두번째 가야금3중주단으로 만들어졌으나 창단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2003년 10월 신예 연주자인 유승희.정은영.이현희씨를 영입해 재결성됐다. 26세 동갑내기인 새 멤버들은 대학(중앙대) 동기로 졸업 후 중앙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 활동하다 2년 전 조동언씨(충북민예총 전통음악위원회 소속)의 제의를 받고 의기투합해 가야미로 옮겼다.

중학교 때부터 12줄 전통 가야금을 배워온 이들은 대학 재학 중 25줄짜리 개량 가야금을 접한 뒤 폭넓은 음색에 매료됐다. 25줄 가야금은 오른손 만으로 뜯는 전통 가야금에 비해 주법이 어렵지만 7음계 3옥타브 반의 음역을 넘나들어 풍부한 선율과 화음을 표현할 수 있다.

가야미의 세 연주자는 재결성 직후 이 25줄 가야금으로 국내 첫 연주음반을 내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하루 6시간 이상 연습했고 6개월간 숱하게 밤을 새며 녹음했다. 그 결과 최근 선보인 이들의 음반엔 '아리랑' 등 전통민요 7곡이 색다른 해석으로 담겨 있다. 국악 작곡가인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음반 서문에서 25줄 가야금 연주의 창조성과 완성도를 칭찬하면서 세계화의 가능성도 내다봤다.

멤버인 유승희씨는 "5월께 발매 기념 공연을 청주와 서울에서 열 계획"이라며 "외국에서도 순회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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