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이 수백대 1이라 뭔가 있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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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분양 당시 최고 수백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오피스텔 분양권이 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1억~2억원이면 연 6~10%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부푼 꿈도 잠시, 수익률이 예상치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해져서다. 투자자들은 "새로 나올 수익형 부동산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무리하게 웃돈을 주고 분양권 거래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손사레를 치고 있다.

때문에 분양 초기 예상됐던 웃돈도 곤두박질쳤다. 당첨자 발표 당시에 붙었던 1000만~2000만원의 웃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수십대 1' 청약 경쟁률 무색

지난 3월 대우건설이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서 분양했던 세종시 푸르지오시티 1차 오피스텔. 청약 당시 평균 53대 1, 최고 1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5월에 분양됐던 세종시 푸르지오시티 2차 오피스텔은 1차분보다 더 높은 청약률(평균 66대 1, 최고 344대 1)을 기록하며 흥행몰이를 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공무원 절반 이상이 여전히 아파트 구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대수요가 풍부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특히 세종시에서 그 동안 분양됐던 아파트 분양권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던 점도 오피스텔 청약 열기를 더욱 달궜다.

하지만 현재 이 지역 오피스텔에 형성된 웃돈은 200만~500만원 가량이다. 테라스가 주어지는 일부 매물은 희소가치 때문에 1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 있지만 거래는 없다.

오피스텔 분양권을 세종시 부동산에 내놨다는 김모씨(35)씨는 "분양 당시에는 연 8~10%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주변에 짓고 있는 원룸이 많은 데다 대전 시내에서도 출퇴근이 가능해 수익률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세종시 S공인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앞으로 나올 물건들이 많고 수익성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웃돈을 주고라도 좋은 물건을 사겠다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200만~1000만원이라는 웃돈도 부르는 값(호가)일 뿐이어서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5월 분양했던 강남 푸르지오시티나 6월에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했던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도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강남 보금자리지구에서 분양되는 첫 오피스텔인 데다 3.3㎡당 1070만원의 낮은 분양가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강남 푸르지오시티(평균 24대 1). 청약 직후 층이나 향에 따라 400만~1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됐었지만 현재는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정동 G공인 관계자는 "강남보금자리지구는 대모산 등이 인근에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KTX 수서역사가 완공되려면 오피스텔 입주 후 수개월이 더 걸릴 예정이어서 입주 뒤 1년간은 공실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투자수요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분양 당시 '레지던스형 오피스텔'로 입소문을 타면서 높은 경쟁률(평균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25~29㎡형에는 3실 분양에 6131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무려 2043대 1에 달했다. 현재 이 오피스텔에 형성된 웃돈은 300만~1000만원 수준으로 분양 직후보다 200만~3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주변 공급상태•월세등 체크한뒤 투자여부 결정해야

분양 당시 연 1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익률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을 지 미지수로 남아 있어서다. 이 오피스텔은 일반적인 오피스텔과는 달리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단기 렌트를 해 임대수익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직 위탁업체가 정해지지 않아 임대수익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해운대 J공인 관계자는 "공실이 발생해도 연 10%의 확정수익률을 보장해 줄 것인지,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인지 등은 위탁업체를 정해야 결정된다"며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뜸해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피스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분양가와 월세 수입 등으로 추산되는 연수익률이 높다하더라도 공실률 등을 감안해야 한다. 또 최근들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임대료나 매매가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때는 입지나 교통여건 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양가가 적정한 지, 해당 지역 월세 시세 등을 꼼꼼히 챙겨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 푸르지오 시티에 청약하기 위해 견본주택을 찾은 수요자들. 당시 이 오피스텔은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첫 공급되는 오피스텔인 데다 분양가가 저렴해 최고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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