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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정상급 리드오프의 몰락과 이치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이치로가 메이저리거가 된다고 했을때 과연 동양인 타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이치로는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연일 안타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초반 최대의 화제를 몰고 있다.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어지는 희대의 스타들을 차례로 내보내면서 홈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던 시애틀은 공교롭게도 두 일본인 선수의 입단 이후 프렌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올시즌 가장 행복한 팀이 되고 있다.

이런 이치로의 활약은 기존 메이저리그를 최일선에서 끌고 가던 톱타자들의 총체적인 부진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먼저 지난 시즌 최고의 톱타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난감하게 했던 '리드오프 빅 3'가 보기에도 민망한 성적을 내고 있다.

작년 .355의 타율과 .409의 출루율, 240안타를 기록했던 대런 얼스테드(애너하임 에인절스)는 올시즌 33게임에 나와 타율 .224와 .279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고, 캔자스시티에서 오클랜드로 이적하면서 젊은 팀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자니 데이먼은 .327의 타율과 46도루가 올시즌 현재 35게임에서 .212와 도루 5개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루이스 카스티요(플로리다 말린스)도 .334이던 타율이 33게임에서 .225로 뚝떨어진 가운데 그나마 11개의 도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외에도 신인왕 라파엘 퍼칼(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애리조나의 토니 워맥, 레이 더램(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우수한 활약을 보이던 톱타자들은 심지어 2할에도 못미치는 타율을 보이며 죽을 쑤고 있다.

이는 높아진 스트라이크존이 상대적으로 키작은 선수가 많은 톱타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시즌 내내 이러한 경향이 이어진다면 점점 장타력에 초점이 맞춰져가는 메이저리그의 경향에서 앞으로 리키 핸더슨 같은 대스타의 출현은 상당기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팀들이 팀타선의 출발을 이끌만한 타자를 찾지못한 가운데 올시즌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토론토의 섀넌 스튜어트, 미네소타의 크리스티안 구즈먼, 양키즈의 척 노블락 등이 그나마 처지지 않는 활약을 보이면서 타순의 첫머리에 이름을 걸어놓고 있다.

이러한 톱타자들의 전체적인 부진 속에서 이치로의 부각은 클 수 밖에 없다. 스피드와 재치로 대변되는 톱타자들이 신바람을 일으키며 베이스를 누비는 모습을 많은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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