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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법사·손오공처럼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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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중국 칭하이성 위주펑(6178m) 앞에 선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원들. 기상 악화로 정상에 가지 못했지만, 강풍을 뚫고 해발 5650m까지 올랐다.

수백km를 달려도 사막 또 사막이었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황량하고 적막하기만 한 땅, 갑자기 나타난 야생 동물들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2012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대한산악연맹 주최,코오롱스포츠·중앙일보 후원)가 지난 7월 20일부터 찾은 중국 칭하이(靑海)성 위주펑(玉珠峰·6178m) 가는 길, 그 길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이며 험지였다. 위주펑은 중국 대륙에서 서역(西域)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쿤룬(昆<4ED1>·곤륜)산맥을 경계로 티베트와 인접한 곳으로 해발 3000~5000m 고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위주펑은 ‘만산지조 외외곤륜(萬山之祖 嵬嵬昆<4ED1>)’이라 일컫는 쿤룬산맥 서쪽에 있다. 중국인들의 과장이 더해졌지만 ‘모든 산의 할아버지, 높디높은 쿤룬’이란 표현에서 그 위엄을 짐작할 수 있다. 쿤룬은 8000m 히말라야에 높이는 못 미치지만,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영산(靈山)이 이어진다. 그 중 위주펑은 월출산이나 백두산처럼 고원 평지에 우뚝 솟아있다.

쿤룬의 영험함은 중국 내 수많은 전설에 등장한다. 도교의 발상지로 알려진 쿤룬은 중국 고대 신화에서는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산이다. 서왕모는 옥황상제의 황후로 중국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여신이다. 『서유기』에도 등장하는데, 서왕모의 복숭아밭을 지키는 손오공이 복숭아를 훔쳐 먹고 벌을 받은 곳이 바로 여기다.

우리와도 인연이 없지 않다. 『대동여지도』

발문에 ‘곤륜산의 한 가지가 고비사막의 동남으로 달리다가 의산·무산·여산을 낳고 여기서 산경은 크게 끊어져 요동벌이 펼쳐진다. 이 광야 건너에 홀연 대악이 솟았으니 조선 산의 할아버지 산인 백두산이다’라고 적고 있다.

홍성택(46) 대장을 비롯해 12명의 대학생 대원은 쿤룬산맥 위주펑을 시작으로 칭하이성의 대자연을 3주에 걸쳐 탐사했다. 위주펑 등반 이후 쿤룬산맥 트레킹 등을 하며 칭하이성 오지를 두루두루 살폈다. 중국 서부의 오지를 다니는 기분은 마치 『서유기』의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흥미진진했다.

호기롭게 위주펑 등정에 도전했지만, 블리자드와 같은 강풍을 만나 하산해야만 했다. 반면 뜻밖에도 티베트 가젤과 야생 야크 등 희귀한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칭하이성에 사는 티베트인들과의 만남도 좋은 경험이었다.

코오롱스포츠가 후원하는 청소년오지탐사대는 올해로 12년째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학 시절 꼭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 리스트 중 첫손에 꼽힌다. 그동안 800여 명의 대원들이 탐사대에 참여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 올해는 70명 모집에 2000여 명이 몰렸다.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 칭하이성 위주펑을 포함해 중국 쓰촨(四川)성 쓰구냥(四姑娘), 미국 서부 존뮤어 트레일, 키르기스스탄 악수, 몽골 알타이, 뉴질랜드 통가리로 트랙 등 6개 팀이 꾸려졌다.

칭하이성(중국)=글·사진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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