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 슬럼프 극복법 듣고, 진짜처럼 면접 보며 컨설팅 받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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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별 공부법과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어요.”

 “요즘 좀 나태해져 있는데 캠프 통해서 정신 좀 바짝 차리려고요.”

지난달 18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등촌고(서울 강서구) ‘진로진학 탐색 캠프(이하 진로 캠프)’ 현장. 단순히 특강을 듣고 대표 직업군들을 살펴보는 진로 캠프와 달리 등촌고 진로 캠프는 ‘동기부여’란 목적이 뚜렷한 편이다. 이날 캠프는 1교시 선배와의 대화, 2교시 입학사정관 초청 면접 시뮬레이션으로 기획됐다.

등촌고 재학생들이 선배 대학생과 만나 공부법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오후 2시, 등촌고 졸업생 6명이 강의실로 들어서자 재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명문대학교 재학생인 선배들은 과목별 공부법과 학과 선택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재학생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슬럼프 극복법’이다. 서울대 1학년인 유창우군은 “슬럼프는 목표의 부재에서 온다”며 학창시절 조금은 엉뚱했던 자신의 에피소드를 전해 줬다. 유군은 중학교 시절만 해도 공부를 못하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생겼다. 우등생인 여자 아이는 외고에 입학했고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유군은 “신기하게도 목표가 생기면서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공부가 재미있어지면서 목표도 조금씩 수정됐다. 결국 서울대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남이 보기에는 엉뚱한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이야기였다. 꿈과 희망이 노력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 유군의 생각이다. 유군은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관심사는 ‘대학 타이틀이냐? 희망 학과냐?’에 대한 고민이었다. 한 재학생은 “점수에 맞춰 명문대를 가는 것이 좋을지, 원하는 학과에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된다”고 질문했다. 서강대 1학년 전상민군은 “대학 타이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원하는 학과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진로를 정하고 관련 학과를 선택해 그에 맞는 전략으로 공부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수순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전군은 수험생이었던 2010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노력을 쏟아부은 기간이라고 한다. 전군은 “인생에서 무언가에 가장 열심히 몰두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본다는 것,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 이 세 가지를 목표로 둔다면 결과는 원하는 대학의 학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배와의 대화가 끝나자 재학생들의 얼굴 가득 자신감이 비쳤다. 2학년 윤수연양은 “선배들도 슬럼프를 겪었다고 하니 걱정이 덜 된다”며 “슬럼프가 찾아올수록 목표를 향해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다부진 자세를 보였다.

2교시 입학사정관 초청 면접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저마다 “진짜 면접 보러 들어가는 것 같다”며 친구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예상 답변을 읊조리기도 했다. 올해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입학사정관 3인이 시뮬레이션을 도왔다. 2학년 이보원양은 “모의면접과 자기소개서 첨삭지도, 학습 컨설팅을 해주셨다”며 “긴장도 되고 학습 문제점이나 진학할 학과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학년 김효정양은 “어떤 스펙을 쌓는 것이 좋을지, 자기소개서 내용은 어떻게 담아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진로를 정하고 공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등촌고는 평소에도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기주도학습 컨설팅과 진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진로전문가 1대1 상담처럼 진로지도활동에 적극적이다. 류준수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는 한정적”이라며 “직업의 세계를 세분화해 학생 개인의 성향에 맞는 진로를 찾아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갖는다는 것이 등촌고 교육의 철학이다. 오관석 교장은 “진로 교육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기본 틀을 만들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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