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어떤 직업일까’ 개그맨 오지헌의 생생한 이야기로 궁금증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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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정, 진로 교육이 만든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가장 큰 고민이다.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학습동기는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구체적인 진로 설정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첫걸음인 셈이다. 요즘은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진로 캠프로 아이들에게 진로 로드맵을 제공하고 롤모델을 찾아 확신을 심어 주고 있다. 인천 인성초등학교와 서울 등촌고등학교 현장에서 진로설정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봤다.

인성초 롤모델 페스티벌에 강사로 참여한 개그맨 오지헌씨가 학생들 앞에서 성대모사 개인기를 하고 있다.(왼쪽)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현재 만화가로 활동 중인 방한나씨의 습작 노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저씨 직접 보니까 어때요? 여러분이 상상했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잘생겼죠?”

“네~.”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성초 대강당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가득 찼다. 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롤모델 페스티벌’에 특강을 펼칠 연사로 개그맨 오지헌씨가 방문했기 때문이다. TV에서나 보던 연예인이 눈앞에서 서서 강연을 들려주고 질문에 답도 해주자 강당에 모인 197명의 학생들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오씨는 “연예인은 되기도 힘들지만 이름을 알리고 성공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운을 뗐다. “재능과 열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가 없어요.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공부를 해야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연예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지한 강연 도중에 재미있는 개인기도 보여주며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씨가 진공 청소기 소리, 비 오는 날 버스 지나가는 소리 등을 똑같이 흉내 낼 때마다 학생들은 “우와~”라고 탄성을 올리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그는 강연 말미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래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했었다”며 “여러분도 ‘나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탐색해 보고 5년·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날 인성초의 ‘롤모델 페스티벌’에는 오씨뿐 아니라 축구선수·만화가·의사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직업인 8명이 초청됐다.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관심 분야와 관련된 롤모델이 있는 교실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며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직업은 단연 축구선수였다. 강사로 나선 장재인씨는 브라질·독일·스페인·프랑스에 있는 축구 명문 구단으로 유학한 경험을 지닌 현역 코치였다. 그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축구 교육이 어떻게 다른지를 상세히 짚어주며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또 축구선수로 이름을 얻던 시기에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며 진로 선택의 기준을 고민해볼 것을 권했다. “살다 보면 시련이 닥칠 때가 많은데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고, 이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여학생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 직업은 만화가였다. ‘미운 아기 오리 뿡쉬’라는 작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만화가 방한나씨가 만화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일러줬다. “캐릭터는 어떻게 창작하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즉석에서 한 학생의 특징을 잡아 캐릭터로 만들어 보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방씨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려면 사물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오래 관찰하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롤모델의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어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알게 돼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5학년 김별이양은 “출판사 CEO의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나는 패션업계의 CEO가 돼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사회에 가치 있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5학년 윤예인양은 “장래 희망이 의사인데, 이번에 진짜 의사 선생님을 만나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윤양은 “공부만 잘하면 의사가 되는 줄 알았는데, 공부보다 환자를 사랑하고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얘기했다. 또 “의사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의사뿐 아니라 의학전문기자나 법의학자, 공무원 등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내 꿈을 좀 더 구체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의젓한 태도를 보였다.

인성초의 롤모델 페스티벌을 책임지고 있는 정혜경 교사는 “현역 직업인과 만나 꿈을 이루는 과정과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찾은 덕분인지 학업 집중도도 눈에 띄게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글= 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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