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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도 파도소리, 조선소 망치 … 울산의 소리들 관광상품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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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바위틈새로 파도가 드나들때 나는 소리인 ‘슬도 명파’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달려 있는 슬도 등대.

울산 대왕암공원 앞 작은 바위섬인 슬도(瑟島·3083㎡)에서는 ‘딩기딩 딩딩’하는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섬 바위에 난 구멍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나는 이 소리를 울산지방에서는 ‘슬도명파(瑟島鳴波)’라고 부른다. 울산 동구는 이 소리에 3분짜리 국악곡을 입혀 슬도명파곡을 만들었다.

 슬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등대에 설치된 8개 스피커로 이 소리를 듣는다. 섬 입구에 설치된 ‘동작 감지 센서’가 관광객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슬도명파를 트는 것이다. 10여 명 안팍의 낚시객만 찾던 무인도 슬도는 이제 하루 500여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울산시 동구는 지역을 상징하는 소리 9개를 만들었다고 21일 밝혔다.

 대왕암공원 울기등대에서는 안개가 등대를 감쌀 때 나는 ‘우~웅’하는 소리를, 대왕암공원 계곡에서는 ‘졸졸졸’하는 물 흐르는 소리를 찾아냈다. 현대중공업에선 ‘웅~웅’하는 뱃소리와 ‘두둥두둥’하는 선박엔진 소리를 끄집어냈다. 마골산 숲과 동축사, 옥류천에선 바람이 숲을 스치며 나는 소리(‘휘이익~’)와 종소리(‘댕댕댕’), 새소리가 섞여 물이 흐르는 소리(‘짹짹. 좔좔좔’)를 각각 채집했다. 주전에선 웅장하게 물이 ‘콸콸콸’ 흐르는 소리를 녹음했다.

 이 소리는 동구청 유성덕(49) 문화체육과 주무관이 구청 직원 9명과 함께 지난해 말 팀을 꾸려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찾아냈다. 슬도를 제외한 8곳의 스피커 설치 작업은 내년 말 완료할 예정이다.

 동구청은 이들 소리 관광지에 대한 홍보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다음달 500만원을 들여 자연의 소리에 ‘오카리나’ 연주곡이나 벨리댄서가 몸을 흔들 때 나는 소리 등을 입혀 CD를 만들 계획이다. 연말까지 600장을 만들어 전국 자치단체와 학교 등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10월엔 울산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소리’라는 주제로 작은 콘서트를 연다. 내년 상반기엔 동구 슬도 앞에 20여억원을 들여 소리체험관을 짓는다. 소리체험관은 동구의 소리에 3D영상을 입혀 ‘소리가 있는 볼거리’로 소개한다.

 내년 말쯤 소리 사업이 끝나면 연간 250만명이 찾는 지역의 관광객 수가 4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동구는 보고 있다. 670억원의 추가 관광 수입과 657명의 고용 유발효과도 예상된다.

 유성덕 주무관은 “소리로 지역 명소를 알리는 시도는 전국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슬도처럼 소리만 듣고 관광객들은 동구의 볼거리를 기억해 다시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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