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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니 고기로 몸 보신하자" 오히려 '후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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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올여름 무더위는 정말 지독했다. 그런데 여름이 끝나려면 아직도 먼 것 같다. 서울에 열대야가 다시 나타났고, 남부 지방엔 폭염주의보가 확대되고 있다. 간헐적인 폭우로 습도까지 높아져 후덥지근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무더위가 지속될 때엔 만성질환자·노약자·영유아의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의학적으로 무더위는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며, 혈당도 치솟는다. 일반적으로 더운 날씨에는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압이 내려가지만 계속되는 더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거꾸로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겨울 크리스마스 무렵이 최고를 이루지만 한여름이 두 번째로 높은 것은 그래서다. 하루 평균 온도가 섭씨 14도일 때 사망률이 제일 낮고 그보다 온도가 낮거나 높아지면 사망률도 증가한다.

더운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고 몸의 수분이 부족해져서 혈액이 농축되며 따라서 혈전의 위험이 증가한다. 혈액량 감소로 인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생기거나 재발할 위험도 커진다. 특히 노인의 경우는 체내 수분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심부전 환자의 경우에는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무더위에 위험하다. 심장에서 혈액을 공급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데 열을 식히기 위해 피부로 혈액을 보내고 나면 뇌를 비롯한 중요한 장기에 보내는 혈액의 양이 적게 되기 때문이다.

신생아 또는 4세 미만의 소아도 무더위에 취약하다. 이 연령에는 열을 몸에서 밖으로 발산하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는 갈증을 잘 못 느끼게 되고 뇌에서의 체온 조절 기능이 감소해 무더위에 체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물을 마실 필요가 있다.

무더위엔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증가할 수 있으며 합병증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더위 속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한다.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수분 섭취를 자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운동을 할 때는 매 시간 2∼4컵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이나 커피, 설탕이 많은 음료수는 소변량을 증가시켜 수분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덥다고 너무 찬 물을 먹으면 위경련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과 미네랄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이들 물질은 신체 기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충이 필요하다. 스포츠 음료나 과일주스, 야채주스로도 염분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다. 더위에 몸이 허하다고 과도하게 단백질(육류)을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육류 섭취가 많아지면 체내에서 열 생산이 많아지고 수분 손실도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더운 곳에서 활동했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이 차 온다면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서늘한 곳에서 쉬는 것이 좋다. 특히 어지러움, 무력감이 있을 때는 더욱 체온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늘한 실내에서 쉬는 것도 좋다.

우리 신체는 그 어떤 무더위라도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최소한 1∼2주간의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더위에 취약한 사람이라도 덥다고 서늘한 곳에만 있는 것보다는 조금씩 야외에서 활동하거나 운동하는 시간을 늘려가게 되면 웬만한 무더위는 이겨낼 수 있다. 35도 이상의 폭염은 곤란하지만.

원장원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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