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저금리가 끌어올린 코스피, 2000 넘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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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지수가 2000선 고지를 눈앞에 둘 정도로 상승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주가가 싸지 않다는 게 부담이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2231포인트)와 13%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 다우지수는 현재 지수와 사상 최고치(1만4000선) 간의 격차가 더욱 작아 7%에 불과하다.

 과거 경기가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주가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던 걸 감안하면, 지금은 대단히 양호한 상태임에 틀림없다. 경기 이상으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변수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꼭 필요하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2분기 상장기업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정도 줄었다. 세 분기에 걸쳐 이익이 줄어들었는데, 이익 감소가 멈춰야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소비 둔화가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 이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금리의 역할은 약해지고 있다. 20일도 안 되는 사이에 외국인 매수가 5조원 이상 들어온 데에는 금리의 역할이 컸다.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적어졌다. 게다가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달 말까지 연중 최저점(1758포인트)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기 쉬웠다. 이런 상황이 막바지에 도달했다. 금리의 역할이 방어적인 형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수록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주가가 오르려면 경제가 좋아지거나,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주가가 싸야 한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에 접근하면서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이 사라졌다. 외국인 매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하루 순매수 금액은 7월 말 1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성장률이 낮아 언제 경기 바닥이 만들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기보다 다시 횡보하는 형태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지지부진해지면 주도 종목을 찾기도 힘들어진다. 지난달 말 이후 상승과 연초 상승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삼성전자가 23% 오르는 동안 LG화학이 26% 상승했고, 은행과 증권주도 각각 15%와 20% 정도 올랐다는 사실이다. 특정 종목만 두드러지게 상승하던 연초와 달리 대부분 종목이 비슷하게 올랐다는 의미다. 7월 말 이후 시장이 반등의 성격에 그치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당분간 단기 하락분을 만회하고 나면 상승 종목이 빠르게 바뀌는 순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주 가운데 주가가 상대적으로 싼 종목을 찾기 힘들고, 주도주가 만들어질 정도로 시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가 시장에 힘을 실어주겠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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