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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T기업들, 문화 마케팅 활발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한국.일본의 젊은 디자이너 43명이 참가한 ''Active Wire-한일 디자인 교류전'' (4월 28일~5월 27일)이 열리고 있다.

광고영상.뮤직비디오.웹디자인 등을 다루는 전시회답게 현장에는 수십대의 PC와 모니터가 동원됐다. 이들은 모두 애플코리아가 제공한 ''매킨토시'' 기종. 한입 베어문 사과 모양의 이 회사 상표가 돋보인다.

애플코리아측은 "관람객들이 편안히 감상하면서 우리 제품의 높은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 차가운 IT를 부드러운 문화로 감싼다〓첨단 IT기업들이 다양한 문화행사의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 어렵고 딱딱한 하이테크 기업의 이미지를 문화행사로 부드럽게 바꿔보자는 것이다.

주로 외국계 IT기업들이 선도하는 이런 흐름은 ''가치와 이미지를 판다'' 는 측면에서 세련되고 효과높은 마케팅 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IBM은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12만점의 전산화를 위한 PC.프린터와 각종 SW개발▶전국 고교 풍물패 행사▶판소리 같은 전통음악의 채보 및 음반 제작▶해외 박물관에 산재한 한국유물 DB제작 등 실질적이고 품격있는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스토리지(대용량 저장장치)업체인 한국EMC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직지'' 찾기 운동을 후원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 는 1377년 간행됐으나 현재 원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EMC 관계자는 "정보.기록 매체 전문회사로서 EMC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노키아.모토로라 등 휴대폰 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노키아는 본사에서 후원하는 아시아.태평양 미술대전 2회 행사를 올초 서울에서 열었다. 이 행사는 한국.호주 등 이 지역 13개 국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전시회. 한국모토로라도 1995년부터 김자경 오페라단을 후원하는 등 오페라 관련 행사에 힘을 쏟고 있다.

◇ 예비고객을 미리 잡는다〓외국계 IT업체들의 문화마케팅은 행사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사의 기업 이미지에 맞춘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침으로써 예비고객을 미리 확보한다는 전략도 있다.

애플컴퓨터는 지난해 말 대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그래픽.영상 공모전'' 을 여는 등 영상 관련 문화 행사에 적극적이다. 멀티미디어에 강하고, 세련된 제품이라는 인식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래픽SW 전문회사인 한국어도비는 미국에서 시작해 전세계를 돌며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디지털영화제 ''레스페스트'' 의 서울 행사를 지원했다. 컴팩코리아는 곧 개봉될 온라인 게임 관련 영화에 노트북.데스크톱 PC 를 지원하기도했다.

한국IBM이나 EMC 등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된 행사를 하는 기업들도 고교생.대학생 등 잠재 고객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MC는 ''직지'' 찾기 행사를 주도할 동호회 10곳을 전원 대학생으로 구성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고교생 풍물패 활동을 10년 이상 지원하고 있는 IBM의 이병윤 부장은 "이런 행사를 통해 젊은 층에 한국 현지기업으로서의 책임감과 품위있는 기업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는 효과가 크다" 고 말했다.

◇ 국내 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외국계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의 문화활동 후원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IT관련 기업 중 문화관련 행사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곳은 삼성전자 등 극히 일부다. 이 회사는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한.일 양국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황진이'' 와 오는 2004년까지 세계 12개국에서 순회 공연하는 뮤지컬 ''팔만대장경'' 을 후원하고 있다. 이밖에 어린이 종합문화행사인 ''초록동요제''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IT관련 대기업.벤처기업들은 장기적인 문화행사 지원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행사도 대부분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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