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배기가스 정화 백금 대신할 합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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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디젤자동차를 제작할 때 차량 한 대당 희귀금속인 백금이 약 4~5g(20여만원 상당) 정도 들어간다.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독성 질소화합물(NOx)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양을 더 많이 넣으면 정화효과가 증가하지만 값이 비싼 탓에 쉽게 늘리기도 어렵다.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합금을 개발했다. 값은 백금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배기가스 정화효과는 훨씬 뛰어나다.

 미국 텍사스대 조경재(48·사진) 교수팀과 미국 벤처기업 나노스텔라는 공동으로 독성 질소화합물을 걸러낼 수 있는 새로운 산화물합금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디젤자동차의 독성 배기가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새 합금은 사마륨(Sm)과 스트론튬(Sr)·세륨(Ce)·망간(Mn) 네 가지 금속산화물을 함께 섞은 뒤 녹여서 만들었다. 조 교수팀에 따르면 이 합금은 질소화합물 배기가스 정화 능력이 백금에 비해 45%나 우수하다. 네 가지 금속 개별로는 질소화합물 정화 능력이 없지만 합금으로 만들어지면서 이 같은 특성을 갖게 된 것이다.

 조 교수는 “산화물합금을 만들 때 사용한 금속 네 가지의 값은 다 합쳐도 백금값의 5%도 안 된다”며 “합금에 필요한 금속들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화물합금의 양을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배기가스 정화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 합금의 상용화는 1~2년 뒤면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해 디젤자동차의 독성 배기가스 저감용 백금 대체 물질로 팔라듐(Pd)과 금(Au)을 섞어 만든 합금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 더 싸고 효율 좋은 산화물합금을 추가 개발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 17일자에 실린다.

 조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귀국해 지난 1년 동안 서울대 공대에서 연구 활동을 해왔다. 서울대 조맹효 교수와 공동으로 리튬 2차전지의 전극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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