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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화가 김병종의 '화첩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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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 누구나 열병을 앓지만, 성악을 공부하던 때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내가 무모하리만치 덤벼들었던 책이 단테의 『신곡(神曲) 』이었다.

이 장대한 서사시를 얼마만치 이해했는지는 지금도 궁금한 노릇이지만, 젊은 내게 이 책은 정신적 여행의 동반자였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믿음.사랑 등으로 집약되는 종교적 윤리관으로 투영된다는 『신곡』의 메시지를 나는 지금도 되새김질한다. 이후 한 30년이 지나 이제 나는 한 극장의 경영자로서 두 권의 책부터 함께 나누려 한다.

하나는 로리 베스 존스의 『최고경영자 예수』(한언) .

메시아 예수의 측면보다는 당시 민중 및 제자들과의 인간관계 방식과 리더로서의 예수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이 책은 이 시대 CEO들과 직장인들을 위한 경영서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유대교 랍비인 M 포케이어의 책 『몸을 굽히면 진리를 줍는다』(동천사) 다.

모두가 테크니컬한 노하우에만 관심을 갖는 시대에 왜 내가 이 일을 해야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경제 경영서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읽은 책으로는 우리 예술가들의 삶의 궤적을 설득력있게 더듬은 화가 김병종의 『화첩기행』(효형출판) 을 꼽고 싶다.

'목포의 눈물' 을 '민족의 눈물' 로 바꾸어버린 가수 이난영, 일제 당시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명성을 날린 나혜석 등의 삶이 맛깔스런 글 속에 잘 정리돼 있어 감정이입이 비교적 쉬운 책이다.

어쨌든 이들이 쏘아올린 예술적 가치를 어떻게 극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재현할까 하는 것이 요즘의 내 관심인데, 이 책은 이에 대한 암시도 적잖게 던져준다.

박형식 <정동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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