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박경완 '도루에 맛 들렸어요'

중앙일보

입력

"이래봬도 저도 호타준족입니다. "

지난 시즌 홈런왕 박경완(29 · 현대)이 지난 2일 SK와의 홈경기 5회 말에 큰 몸집을 던지며 2루를 훔쳤다. SK의 구원투수 좌완 오상민은 설마 박선수가 뛰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박선수의 슬라이딩을 지켜봐야만 했다.

박선수는 지난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으며 "다음 시즌에는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겠다" 고 밝혔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박선수의 목표를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1991년 프로에 데뷔한 박선수가 첫 4년간 단 1개의 도루도 성공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까지 통산 도루도 모두 21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선수는 장담대로 올시즌 사상 최초로 포수 출신 20홈런-20도루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박선수는 4일 현재 도루 6개(성공률 1백%)로 도루부문 공동 4위에 나서며 팀의 톱타자 전준호(5개)를 앞질렀다. 주춤했던 홈런포도 최근 다시 불붙으며 7개로 홈런 순위 공동 2위다.

박선수는 올시즌 1m78㎝, 89㎏으로 살진 몸매답지 않게 1백m를 13초 안에 돌파하는 빠른 발과 상대 투수의 볼 배합을 간파하는 능력으로 조그만 틈만 보이면 도루 스타트를 끊고 있다.

현대 이광근 주루코치는 "원래 박선수는 1루주자로 나선 상황에서 후속 타자가 2루타를 때리면 홈에 여유있게 들어올 정도로 괜찮은 주력을 갖췄다. 그동안 발목 ·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자제했을 뿐이다" 고 말했다.

포수를 맡으며 '20-20 클럽' 에 가입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99년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만이 27홈런 · 25도루를 기록했을 뿐이다.

현대 벤치는 팀의 안방마님인 박선수가 혹 부상을 입을까 노심초사지만 팬들은 베이스를 훔치는 홈런왕 박선수의 또다른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