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휴대전화, 아이폰 출시 전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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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06년 개발한 휴대전화 F700. 둥근 테두리와 중앙 하단의 종료 버튼 위치가 이듬해 출시된 아이폰과 유사하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애플에 앞서 현재 스마트폰의 형태와 유사한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애플과 특허소송을 하고 있는 삼성은 13일(현지시간) 속개된 공판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인 2006년 삼성전자가 이미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전화 F700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F700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대형 디스플레이, 정중앙 하단에 시작 버튼이 장착된 디자인으로,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와 비슷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2007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월드 콩그레스’에서 F700을 공개한 뒤 2007년 말부터 1년간 유럽에서 판매했다.

 삼성은 이 같은 내용을 밝히기 위해 F700을 디자인한 박형신(삼성전자 책임디자이너)씨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박씨는 평소 “F700의 디자인은 아이폰이 아니라 물그릇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은 박씨의 증언을 통해 ‘아이폰의 디자인이 애플 고유의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판을 담당한 루시 고 판사는 박씨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플이 “박형신 디자이너는 아이폰의 외관과 느낌을 베꼈다고 주장한 제품과는 무관한 제품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증언대에 설 수 없다”고 주장했고, 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고 판사는 “박 디자이너의 증언이 증명할 가치보다 애플 측에 부적절한 편견이 생길 위험이 더 크다”며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의 증인 채택 불허를 놓고 일각에서는 재판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삼성 측 증거로 최지성 부회장이 회의 석상에서 한 발언이 적힌 e-메일이 공개됐다. 갤럭시S1 출시 이전인 2010년 3월 2일 이성식 디자인팀 상무가 UX(사용자 경험) 개발 담당자들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이 메일에는 “아이폰으로부터 교훈을 얻되 아이폰을 따라 하지 말라”는 최 부회장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삼성전자 내부 문건이 법정에서 증거로 공개된 것은 지난 6일 신종균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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