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출신 교수 "日, 독도 ICJ제소 어불성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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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교수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없는 족쇄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 이미 채워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국 정부가 65년 6월 22일 기본조약에 서명하면서 같은 날 체결한 ‘분쟁 해결을 위한 교환공문’에 따라 일본의 ICJ 제소는 해석에 따라서는 기본조약의 파기를 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47·保坂祐二·독도종합연구소 소장) 세종대 교수는 13일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입수한 ‘분쟁 해결을 위한 교환공문’을 공개하고 일본의 ICJ 제소에 대한 기본적 제약 조건을 이같이 밝혔다. 교환공문이란 수교나 평화조약을 서명하면서 영토문제 등 장차 갈등이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양국이 내용 해석 문제를 규정한 외교문서다. 이 교환공문엔 “양국 정부는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국 간의 분쟁이면서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제3국에 의한 조정에 의해 그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돼 있다. 호사카 교수는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일본의 주장이 교환공문에서 삭제돼 한국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교환공문의 분쟁 해결 방식도 독도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ICJ에 의한 해결방식은 교환공문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한·일 분쟁은 ICJ로 회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65년 기본조약과 교환공문 체결 이후 국제법적으로 독도를 일본이 소유할 근거가 사라졌다며 크게 낙담했다고 호사카 교수는 전했다. ICJ에 독도 문제를 제소하자고 일본이 한국에 공식 제의한 적은 지금까지 단 두 번뿐(54·62년)이었는데, 모두 65년 기본조약 서명 이전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ICJ행을 모두 거부했다.

 일본은 65년 이후 ICJ 제소를 일방적으로 거론만 했을 뿐 한국에 공식 제의한 적이 없다. 일본 정부도 조약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자국 여론을 의식해 “ICJ에 제소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10일) 이후 ICJ 제소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東京)대 출신으로 2003년 한국에 귀화한 그는 독도 연구의 권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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