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대기업 더 걷고 서민은 깎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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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거둘 세금이 1조6500억원 늘어난다. 대신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이 내는 세금은 2400억원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런 내용의 ‘2012년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라 늘어날 전체 세금 1조6600억원 중 99.8%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몰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기조를 전면 수정한 게 아니라 취약한 부분을 미세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른바 ‘부자증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내려간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이 되는 거래소 상장사 대주주 범위는 확대된다. 대기업(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이 각종 감면혜택을 받아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최저한 세율)은 14%에서 15%로 높아진다. 출고가격이 200만원 넘는 고가 가방엔 개별소비세를 매기고, 비거주자의 증여세 과세범위도 국내 소재 재산뿐 아니라 거주자로부터 증여받은 해외금융계좌자산 등으로 넓혔다. 비과세·감면 제도는 일부 줄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고(20→15%),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을 제한했다. 대신 비과세 재형저축을 도입하는 등 서민·중산층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대선을 앞둔 만큼 민감한 사안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관심을 끌었던 소득세 과세구간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정부가 내년 이후 조세제도까지 개편안을 내는 게 다소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득세제 개편은 정치권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는 국회 법안심사과정에서 필요하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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