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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들어낸 여자 쌍둥이 역사 화제

중앙일보

입력

시골 중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자매가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전국 규모의 역도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전북 순창여중 3학년 손금자.금화(15)양 자매. 지난 24일 강원도 양구 실내체육관서 열린 제12회 춘계여자역도대회서 언니와 동생이 각각 63㎏급과 69㎏급에서 금메달 세 개씩을 따내며 나란히 3관왕에 올랐다.

동생 금화양은 인상(77.5㎏).합계(1백70㎏)부문 중학생 최고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금메달 소식을 가장 반긴 사람은 노구에 부모 노릇까지 하고 있는 권순례(77)할머니. 權할머니는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는데 너무 대견하다" 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저세상 사람이 됐고 아버지는 재혼해 따로 살고 있다.

할머니가 날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며 뒷바라지해 왔다. 이들 자매가 역도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입학 직후.

학비 걱정이 없는 데다 졸업 후 실업선수로 취업할 경우 할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바벨 앞에 섰다.

키가 크고 골격이 좋아 역도에 천부적 자질을 보이면서 1년여 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동생은 지난해 전국 규모대회 3관왕을 세차례나 차지했다.

학교 선수합숙소에서 생활하는 자매는 하루씩 번갈아가며 집에 가서 홀로 계신 할머니의 밥도 지어 드리고 빨래.청소를 할 만큼 효심도 깊다.

이 학교 정인영(49)교사는 "손양 자매는 순발력.유연성이 뛰어나 세계적 선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이들 자매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할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싶다" 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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