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아파트 어쩌나…급매물 홍수속에 하락폭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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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7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34.9㎡형(이하 전용면적)이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23억원인 이 물건은 두 번 유찰돼 14억72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됐다.

응찰자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그는 최저가보다 1077만원 더 쓴 14억8277만원에 입찰해 이 아파트의 주인이 됐다. 이 아파트는 매매시장에서 한때 27억원을 호가했던 것이다. 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에 집이 넘어간 셈이다.

주택시장의 ‘대장주’로 통하는 인기지역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더욱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국내 아파트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달 91.2를 기록해 이 지수가 처음 작성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낮았다.

특히 지난달 변동률은 -1.5%로 역시 조사 이래 월간 기준으로 낙폭이 가장 컸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의 월간 평균 변동률은 -0.7% 수준이다.

시장엔 실제로 대장주 아파트의 급매물이 늘어만 간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15억원 이상에서 거래되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4㎡형은 현재 11억9000만원까지 급매물이 나와 있다. 저층은 10억원대에도 매물이 나온다.

2010년 7억원이 넘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36㎡형은 4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4400여가구 대단지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의 117㎡형은 7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2006년 13억원이 넘었고, 2010년까지 10억원대를 유지하던 아파트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사는 사람이 없어 매물이 계속 쌓여 중대형은 최고가와 비교하면 이미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매시장 상위 아파트 낙찰가율 70% 밑으로

경매시장에서 고가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70% 밑으로 떨어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2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8.2%를 기록해 전달(72.3%)보다 4.1%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1년간 서울에서 경매를 진행한 20억원 이상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70.6%로 70%를 넘었다.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매매시장에서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입찰가를 더 낮게 써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평균 응찰자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서울의 20억원 이상 아파트 경매에 응찰한 사람은 건당 평균 1.6명로 전달(3명)의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 1년간 이들 아파트 경매의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3.7명이다.

대장주 아파트의 낙폭이 커지는 것은 이들 주요 지역 아파트의 주요 수요자인 자산가들 집값 전망을 더 나쁘게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목적으로 무리하게 대출해 집을 산 수요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내놓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낙폭이 더 커지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요즘 매매시장에서는 파는 것 자체가 ‘로또’ 당첨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수요가 급감했다”며 “고가 아파트일수록 낙폭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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