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가장 사랑받는 곰 인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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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장 사랑받는 곰 인형
다이애나 누넌 지음, 엘리자베스 풀러 그림
이연승 옮김, 중앙출판사, 32쪽, 8000원

그림책 평론집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창비)를 펴낸 엄혜숙씨는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좋은 문학책을 고르는 기준과 같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리는지, 주인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지, 그림이 빨리 다음 장을 넘기도록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조금 더 쳐다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하는지 등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권한다.

어린이책 가이드북 '하하 아빠, 호호 엄마의 즐거운 책 고르기'(휴머니스트)는 "재미있는 책이 좋은 어린이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웃겨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기쁨.슬픔.안타까움.괴로움 등 감정의 소용돌이가 포함된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사랑받는 곰 인형'은 앞의 조건들에 적절히 부합하는 그림책이다.

학교에서 '사랑받는 곰 인형 선발대회'를 열기로 하자 팀은 걱정부터 하게 된다. 곰 인형을 사랑하는 일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자신의 곰 인형 토비를 너무 아낀 나머지 귀.코.털 등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닳고 닳았기 때문이다. 결국 팀은 붕대와 반창고로 귀와 코를 가리고 토비를 출전시킨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토비는 결국 가장 사랑받는 곰 인형으로 뽑힌다. 걱정하고 자신의 곰 인형을 창피해하다 선발대회 우승으로 환호하는 팀의 여러가지 모습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성 속에 생생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팀과 토비, 학교 선생님 등을 표현한 그림들이 오래 바라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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