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의 김성근 효과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LG가 `김성근 처방'의 효험을 보고 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지난 16일 코칭스태프를 대폭 개편하면서 김성근 2군 감독을 1군 수석 코치로 끌어 올릴때만 해도 역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59세로 환갑을 앞둔 김 수석으로서는 말이 수석이지 까마득한 후배인 46세의 이광은 감독 밑에서 코치를 한다는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효는 `김성근 처방'을 내렸을 때의 의도했던 대로 나타나고 있다.

6연패에서 헤맸던 LG가 김 수석이 온 이후 원정 부산에서 저력의 롯데를 상대로 연패 탈출과 함께 시즌 첫 2연승을 하며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운드 운용에 전권을 위임받은 김 수석이 한 경기에 6∼7 차례 마운드를 오르내리고 더그아웃에서 투수의 볼배합까지 직접 지시하며 강한 승부욕을 보이자 선수들의 패배 의식도 필승의 각오로 변화됐다.

또 김 수석이 상대가 상승세를 탈때 마운드에 올라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는 노련함을 보이자 코칭 스태프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감도 회복됐다.

여기에는 자신의 입지 축소까지 감안하면서 김 수석을 요청한 이 감독의 협조도 적지 않았다.

김 수석 효과는 마운드보다는 타선에서 먼저 나타났다.

호화 멤버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했던 타선은 응집력과 파괴력을 다시 찾았고 하위 타선도 기대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게 됐으며 고민거리였던 FA(자유계약선수) 이적생 홍현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LG는 6연패를 끊은 17일 하위타선의 연속 안타로 승부를 뒤집었고 18일에는 3번이병규, 5번 로마이어 홈런과 홈런 1개를 포함한 3안타로 무려 4타점을 뽑은 8번 조인성의 방망이 등으로 다시 역전승했다.

17일 홈런을 쳤던 홍현우도 18일에도 안타를 때려 타격감각을 찾고 있다.

이제는 마운드 차례다.

김 수석은 투수들의 전력 파악을 위한 `벌떼 작전'으로 연승, 투수들의 어깨에 자신감을 불어 넣으며 마운드 운용의 틀을 잡고 있다.

더블 포스트 마무리를 구상하고 있는 김 수석은 이틀 연속 세이브를 올린 김민기를 그중 1명으로 낙점한 분위기이고 나머지 1명의 마무리와 선발진도 대충 윤곽을 그리고 있어 LG가 조만간 투타의 조화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LG 프런트는 "선수단 분위기가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시즌 개막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김 수석 효과를 설명했다.(부산=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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