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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김장미, 여갑순 이후 20년 만에 여자사격 금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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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장미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권도와 합기도로 다져진 대담함은 올림픽 결선 사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당돌한 소녀’ 김장미(20·부산시청)가 사격에서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김장미는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왕립 포병대 기지에서 열린 여자 사격 25m 권총에서 합계 792.4점(본선 591점+결선 201.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장미는 2위와 5점 차로 결선에 진출해 여유 있게 우승할 것이라 점쳐졌다. 그러나 총 20발 중 15발을 쐈을 때 천잉(중국)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장미가 이대로 무너지는구나 하고 낙담하는 순간, 김장미는 마지막 한 발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20발을 모두 쐈을 때, 최후의 승자는 김장미였다. 여자 권총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은철·여갑순) 이후 20년 만에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성격이 활발한 김장미는 절대 긴장하는 법이 없다. 중계카메라가 불과 3m 앞에서 자신을 비추고 있었지만 떨지 않았다.

 김장미는 어릴 때부터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 사격을 시작하기 전에는 4년간 합기도를 배웠다. 합기도로 다져진 체력은 장시간 선 채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사격에서도 빛을 발했다. 인천 예일고 2학년 때는 코치 몰래 태권도장에 등록했다. 사격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태권도로 풀었다. 김장미는 “난 활발한 운동을 좋아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사격은 정적인 운동이다. 그래도 태권도와 합기도를 했던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사격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운동부가 있는 중학교를 알아보다가 인천 부광중학교 앞에 ‘사격부 소년체전 메달 획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부광중에 입학했다. “소총은 사격복도 입어야 하고 총이 무거워 심플한 권총을 선택하게 됐다”는 김장미는 곧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2학년 때는 전국체전에 고등부가 아닌 일반부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김장미는 지난 4월 열린 런던 월드컵 사격대회에서 25m 권총 세계신기록(796.9점)을 세웠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변경수 사격대표팀 총감독은 김장미가 어린 나이에 지나친 관심으로 헛바람이 들까 걱정했다. 변 감독은 김장미를 “감추고 싶었던 보물”이라고 했다. 김장미는 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님이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이런 것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라고 말해 변 감독을 머쓱하게 했다. 이어 “제가 원래 겁이 없는 편이라 겁 없이 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장미는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런던=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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