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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北선수단엔 특별한 분위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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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한 역도의 김은국이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자 환호하고 있다. [런던 로이터=뉴시스]

북한 역도가 세계를 들었다. 김은국(24)은 31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역도 62㎏급에서 인상 153㎏, 용상 174㎏을 들어 합계 327㎏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쉬쥐융(중국)이 2008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세운 종전 기록(326㎏)보다 1㎏을 더 들었다.

 김은국은 “조선사람이 다 그렇다. 조선의 기상이다. 세계기록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심을 가지고 전투장에 나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렬한 소감을 밝혔다.

 런던 올림픽에 나선 북한 역도 선수들은 이렇게 당당하다. 여자 48㎏ 양춘화(21)가 지난달 28일 북한에 첫 메달(동메달)을 안겼고, 30일에는 남자 56㎏급 엄윤철(21)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1m52㎝·56㎏의 엄윤철은 용상에서 자신의 몸무게 3배에 달하는 168㎏(올림픽 기록)을 들었다.

 역도의 경이로운 행보 속에 북한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거둔 올림픽 최고 성적(금 4·동 5개, 종합 16위) 경신을 향해 달린다. 1일 오전 1시 현재 북한은 금 3·동 1개로 4위를 달리고 있다. 금 2·은 2·동 2개인 한국(6위)을 추월했다. 북한이 따낸 메달 4개 중 3개가 역도에서 나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역도 총감독이었던 오승우(54) 제주도청 감독은 대회 직전 북한 선수단과 같은 장소에서 훈련을 했다. 오 감독은 “북한 선수단에 특별한 분위기가 있었다. ‘우리는 최고 수준’이라는 자신감이었다”고 전했다.

 2008년 베이징에서 북한 역도는 금 1·동 1개를 얻었다. 한국은 장미란(29)과 사재혁(27)이 금메달을 따냈다. 오 감독은 “당시 대회에서는 우리의 성적이 더 나았다. 하지만 ‘곧 역전될 수 있겠구나’라는 우려를 했다. 북한 역도 선수들은 ‘프라이드’가 있다. 역도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좋다. 반면 국내 1위라도 국제 경쟁력이 없다면 세계 무대에 내보내지 않는다. 확실한 당근과 채찍”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역도를 레슬링·사격 등과 함께 ‘집중 육성 종목’으로 채택했다. 마침 북한과 정치·외교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소련이 역도 강국이었다. 오 감독은 “이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보고 배우면서 북한 역도가 강해졌다”고 밝혔다.

하남직 기자, 김민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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