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청소기 한대가 3,000원?, 품앗이의 진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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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등지에서 서로 필요한 일손을 주고 갚던 품앗이가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심으로 옮겨진 품앗이는 이전의 품앗이에서 몇가지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우선 양자간 필요한 품을 주고 받던 1대1의 거래에서 다자간 품앗이로 변모했다. A의 일손을 돕고 그 대가를 B에게서 받는 식이다. 이러한 거래는 '문(門)'으로 일컬어 지는 지역화폐의 사용을 통해 가능하다. A의 일손을 도와 일정 금액의 지역화폐를 받고 이렇게 모든 돈으로 자신이 필요한 일손을 사는 것이다. 지역화폐 '문(門)'은 실체없이 통장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며 통상적으로 1문은 1원의 현금가치를 갖는다.

일손에 한정돼 있던 거래 품목도 다양해졌다. 도심 속 품앗이는 시민들이 각자 가진 서비스와 기술은 물론 중고 가전이나 유아용 책 등 물품까지도 공동체 화폐를 통해 교환한다.

이 같은 형태의 물물교환은 서울시가 2010년부터 시범 운영 중인 'e-품앗이'에서 출발했다. 말 그대로 인터넷(e)을 통한 품앗이로 각 자치구의 품앗이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지역의 e-품앗이 홈페이지를 통해 품과 물품 등을 교환한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조용란씨는 얼마전 e-품앗이를 통해 멀쩡한 중고 청소기를 3,000문에 구입했다. 보통 1문에 1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3,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청소기 한대를 장만한 셈이다. 조용란씨는 "e-품앗이의 좋은 점은 거래를 통해 이웃간의 정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거래를 통해 몰랐던 이웃을 알게 되고 정이 듬뿍 담긴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단절된 이웃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시작된 서울시의 e-품앗이 사업은 2010년 11월 노원구와 양천구를 시작으로 현재는 은평, 강서, 광진, 도봉으로 확대돼 1,1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글,사진,영상=봉필성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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