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외국의 주택임대 형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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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부쩍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셋집은 전세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외국은 1백% 월세로 운영합니다.

◇ 이제까지 전세가 많았던 것은〓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예요. 1970년대만 해도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았죠. 경제개발계획을 한창 추진할 당시 개인에게까지 빌려줄 정도로 은행에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집을 살 때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가 많았어요. 1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서울에서는 전셋값이 5천만원 정도 하니까 5천만원만 있으며 집 한 채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는 물론 나중에 아파트값이 오르면 되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투자목적의 주택매입이 많았기 때문이죠. 최근까지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했으니 이같은 '전세 끼고 집사기' 방식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사람이 많았지요.

이 때문에 전세 형태가 우리나라 주택임대차의 중심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요즘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금리가 떨어진 게 큰 요인이었지만 집값이 안 올라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운 것도 이유랍니다.

◇ 외국은 거의 월세〓외국은 대개 다달이 받는 월세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유럽 등은 1년 단위로 계약하되 매월 주인에게 송금하는 전형적인 월세 시장입니다.

집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세든 사람이 월세를 못 내면 보증보험회사가 대신 내주는 보험제도가 자리잡은 게 특징입니다.

일본도 기본적으로 월세이면서도 우리와 비슷한 보증금을 일부 내고 나머지를 월세로 주는 방식이 많습니다.

만약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못했을 때 주인이 보는 피해를 막기 위해 약 3개월분 월세를 보증금으로 걸어놓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요즘 월세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외국과는 형태가 다른 '변칙 월세' 라 할 수 있어요. 보증금을 많이 정해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주인으로서도 월세를 떼일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인 셈이죠. 이 보증금은 1년분 월세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월세는 외국과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매월 집세를 주는 게 아니라 1년이나 2년치를 한꺼번에 주기 때문에 '깔세' 라고도 합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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