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안철수 "최태원에게 기회 줘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03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 활동에 나섰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원장은 2003년 4월 구속 상태였던 최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 자격으로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에 드리는 글’이라는 회원들의 연명 탄원서는 “최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 법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면 책임지는 게 마땅하지만 정보통신 산업을 부흥시켰고, 벤처기업 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 회장 주도로 2000년 9월 만들어진 브이소사이어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변대규 휴맥스 부사장, 이재웅 다음 사장 등 대기업 2, 3세와 벤처기업인이 참여했다.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았으나 2003년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안 원장은 그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지난 19일 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이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했다.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가 된다”며 “(이는) 처벌 대상인데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이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불신과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란이 확대되자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0년 전의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지 생각해 왔다”며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 일(탄원서 제출)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새누리당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를 벌였다. 박근혜 후보 캠프 김종인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TV에 출연해 “성인(聖人)인 척하는 게 곧 (거짓임이)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진 당 전략기획본부장도 “안 원장이 백지처럼 깨끗하다고 국민이 착각하지만 원래 깨끗한 종이에 먹물이 한 방울 떨어지면 엄청나게 퍼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