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몰 분사 연기는 부적절한 시장상황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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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터넷 사업이 저평가되어 있는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삼성몰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분사를 1년 후로 연기하고, 대신 삼성몰의 내재가치를 극대화시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할 겁니다.” 당초 상반기로 예상되었던 삼성몰과 삼성옥션에 대한 분사계획 변화에 대해 삼성물산 인터넷쇼핑몰사업부 서강호 상무(51)는 ‘부적절한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상무는 사업 초기부터 삼성몰을 총괄해온 인물.
삼성물산은 지난 5일 사내 인터넷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 현재 업계 1위가 아니거나 향후 단기간 내에 선두업체로 진입이 어려운 사업을 정리하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B2B사업과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한 삼성몰에 사업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옥션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삼성몰의 분사는 1년 후로 연기된 것.

“경매는 이미 전문 몰들이 자리잡은 시장이어서 진입이 늦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삼성옥션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서비스를 펼쳤지만, B2C 경매라는 모델이 상품 수급 등에 어려움을 낳은데다 최근 인터넷 경매업계의 경쟁이 심화되어 정리하는 쪽으로 결정이 난 거지요.”

대신 B2C 부문의 모든 역량을 삼성몰에 집중, ‘내재가치’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내재가치’란 수익이 나는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적으로 2천억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던 삼성몰의 기업가치를 현 시장상황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수익사업으로 전환시킨 후 다시 분사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택한 방법은 ‘오프라인의 지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다. 즉 삼성플라자 등 물산 내 오프라인 유통부문과 연계, 온라인 쇼핑몰이 다소 취약한 MD(Merchandising) 부문 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 사업부 전체가 4월 중에 삼성플라자 사업부가 있는 분당으로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서상무는 이를 통해 패션·잡화 등 백화점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반 상품 부문을 강화해갈 계획이다.

“규격화된 상품은 온라인에서 상당부분 받아들여졌지만 일반 상품 쪽은 취약합니다. 온라인 몰에서 판매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주도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삼성플라자의 MD와 마케팅 지원, 경영지원 등을 통해 이쪽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겁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전략은 삼성몰의 운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전, C&C 등 삼성몰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은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유지하고, 도서, 음반 등 취약한 부문은 업계 1위 전문몰 업체와 제휴를 통해 강화를 꾀한다는 것이 그것. 이에 따라 도서 전문몰 크리센스는 배송·집책 및 콘텐츠 생산 기능이 우수한 YES24에 2년간 위탁운영을 맡기기로 제휴하고 지난 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서상무는 “인터넷 쇼핑몰이 발전되어 갈수록 각 상품부문별로 전문 몰과의 경쟁구도가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위와 같이 리더십과 제휴를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삼성몰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전문몰의 집합체로 만들어 종합몰로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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