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141번 훈련병, 여군장교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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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5일 인천 9공수특전여단 훈련장

‘대학생’ 하면 제일 먼저 무슨 말이 떠오르시나요?

낭만? 취업?

요즘 대학생들, 들어가기도 힘든데 대학생이 되고 나선 더 힘듭니다.

그래도 아직은 꿈이 있어 행복합니다.

무더운 여름날이던 25일 성신여대 1학년 45명이 군복을 입었습니다. 여군장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병영캠프 이틀째 공수지상훈련장.

낙하산을 착용합니다.

인간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높이 11m. 모형탑(일명 막타워)에 올라섰습니다.

고리를 와이어에 매달린 도르래에 겁니다.

실제로 2~3m만 뛰어내리면 착지지점과 연결된 와이어를 따라 안전하게 내려갈 것입니다.

앞 친구 뛰는 것을 보니 안심은 됩니다.

그래도 직접 뛰려니 두렵습니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외칩니다.

“141번 훈련병 강하 준비 끝!”

소리는 쳤지만 머뭇거립니다.

교관이 빨리 뛰어내리라고 눈치를 줍니다.

어쩌죠?

어금니 꽉 뭅니다. 눈 감습니다. 몸을 날립니다.

비명이 절로 납니다.

하지만.

이내 웃음꽃이 핍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 또 불안한 미래.

짧지만 시원하게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합니다.

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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