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외식업체 … 우리를 살찌게 하는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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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요된 비만
프란시스 들프슈 등 지음
부희령 옮김, 거름
288쪽, 1만6000원

‘늘어진 뱃살에 대해 당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부제의 흡인력이 워낙 강했다. 책을 집어 들고 부적절한 몸무게에 대한 위안거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국·프랑스의 식품학·보건영양학 전문가 넷이 뚱보가 돼가는 사람들을 토닥토닥 위로하고자 이 책을 썼을 리 없다(그럼 그렇지!). 비만을 사회구조와 경제·환경의 관점에서 파헤쳤다. 비만을 한 개인의 질병이거나 혹은 유전자, 식탐, 혹은 게으름 탓으로 돌리기에는 사실상 전 지구적으로 ‘비만 권하는 환경’이 탄탄하게 조직돼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들은 간단히 말해서 ‘모든 것들이 공모해서 우리의 열량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모든 것’들엔 외식이 증가한 생활패턴, 패스트푸드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 한때 ‘더 많이 생산하라’는 구호에 매달렸던 선진국의 식량증산 프로젝트, 농부들을 부속품으로 만들고 ‘가공식품’생산에 열 올리는 거대 식품회사, 운동부족의 환경 등 다양한 것이 포함된다. 부적절한 몸무게 뒤에 부적절한 식단, 그 뒤에 부적절하게 돌아가는 거대한 불공정 프레임이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돌아봐도 우리의 일상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예컨대, 직장인들은 하루에 두 세끼를 바깥에서 해결하는데, 식당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값은 싸게 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게 현실이다. 구내 식당, 학교 급식이라고 이런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비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눈에 띄는 해결책 중에는 비만 시장 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즉 식품산업이 자신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 포함돼 있다. 예컨대, 수퍼마켓은 값싼 가공식품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매장에 진열해 판매해 돈을 벌었으니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나친 체중에 대한 따스한 위안은 없지만 아쉽지는 않다. 비만과 환경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쉽게 일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자기관리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또 아직도 세상에는 영양실조에 빼빼 마른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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