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제4의 물결속에 빠져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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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1981년, 인텔 8008 프로세서로 만들어진 최초의 PC가 지구상에 나타날 때만 해도 PC가 인류의 문명을 이처럼 바꿔놓을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PC는 처음 기업과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됐으며, 언제부턴가 멀티미디어를 위해, 그리고 가장 최근엔 인터넷을 위해 우리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시대를 활짝 피운 PC지만, 역설적이게도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 예전엔 PC가 있는 곳에 정보가 있었지만, 이젠 정보가 있는 곳에 PC가 있어야 하는 시대다. PC의 헤게모니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로 옮겨가는 것처럼 보인다.

온 세상이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PDA와 MP3,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 전자책 등이 등장하면서 어느덧 PC 이후 시대를 뜻하는 ‘포스트 PC’ 시대의 도래가 대두되기도 한다. 이처럼 21세기 정보혁명의 문턱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PC시대의 종말’이 나도는 가운데, PC 혁명의 한가운데 있었던 인텔이 새로운 카드를 내놓았다. 이른바 ‘익스텐디드 PC(Extended PC)’다.

펜티엄4의 홍보와 Extended PC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인텔의 폴 오텔리니 수석 부사장은 “작금의 시대는 생산성, 멀티미디어, 인터넷에 이은 ‘디지털 회오리’라는 제4의 물결 속에 빠져들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Extended PC는 디지털 오디오, 디지털 비디오, 디지털 이미징, 커뮤니케이션,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화되는 디지털 기기의 중심이 되는 고성능 PC”라고 설명했다.

2000년도 카너스 인 스탯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까지 MP3 플레이어의 판매량은 10억 대를 돌파할 것이고, 디지털 카메라는 3천5백만 대, 디지털 캠코더는 1천3백만 대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점점 많은 가정에서 손쉽게 디지털 음악을 창작, 편집하거나 감상하고, 디지털 캠코더로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전송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PC가 없다면 이 모든 작업들이 가능할까?’ 인텔의 Extended PC 개념은 여기서 출발한다. USB(범용 직렬버스)를 통해 모든 기기가 PC에 연결되기는 쉬워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컨버팅(converting)’이다. 아날로그 음악 신호를 디지털 음악 파일로 바꾸고 동영상에 음악이나 이미지 효과를 덧붙여 편집하려면 MP3 압축기나 MPEC 압축기, 이미지 편집기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PC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MP3 파일 하나를 만드는 데 펜티엄Ⅲ 1Ghz 프로세서보다 펜티엄4 프로세서에서 25%의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동영상의 움직임도 훨씬 섬세하고 부드러워진다. 또 PDA로 일정관리를 하고 e메일을 보낼 수 있지만, 독자적인 활용 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최종적으로 PC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Extended PC의 개념에 들어있다.

가장 유망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부각되는 음성 인식 역시 고성능 프로세서를 필요로 한다. 2010년경에는 PC가 인간의 모든 음성 명령을 알아듣고 처리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재 초당 15억 사이클인 PC의 프로세싱 능력이 초당 1백억 사이클로 증가돼야 한다.

“디지털 기기가 발전함에 따라 이런 기기들은 PC의 능력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며, PC 환경과 동화돼 가정용 PC를 확장시키고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Extended PC 시대에는 가정용 PC의 역할이 더욱 커져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인터넷 콘텐츠를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즐기게 될 것”이라는 게 인텔과 오텔리니 수석 부사장의 확신이다.

‘PC 위기론’ 속에서 인텔이 내놓은 Extended PC 개념을 요약하면, 진정한 디지털 혁명을 위해 지속적인 프로세서의 성능 발전, 강력한 성능의 프로세서가 필요하다는 것. Extended PC 개념엔 20년 이상 세상의 PC 혁명을 이끌어 온 리더로서의 자신감과 PC에 대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의도만큼 활성화되지 못하는 펜티엄4 판매와 PC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위기감도 느껴진다.

허정환 기자(nadatodo@joongang.co.kr) / 사진 권태완 기자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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