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초반 돌풍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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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의 초반 돌풍이 매섭다.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 이라며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한화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달라졌다.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투수.공격.수비 어디 한곳 빈틈이 없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는 방출과 벤치의 설움을 딛고 일어선 다섯명이 있다.

◇ '자율 야구' 이광환 감독

198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이감독이 찾아낸 것이 자율 야구였다. 철저한 투수 분업제와 역할 분담은 '스타 시스템' 이라 불리며 94년 LG를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그의 확고한 원칙론은 무조건 이기는 경기만을 원하는 구단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결국 96년 7월 감독직을 내놓아야 했다. 지난해 11월 4년4개월 만에 지휘봉을 잡은 이감독은 여전히 "지더라도 정도(正道)를 가는 야구를 하겠다" 고 말한다.

◇ '야인' 윤동균 코치

윤코치는 82년 프로야구 원년 멤버다. 원년 OB를 우승시키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가장 먼저 91년 감독을 맡을 때까지만 해도 화려했다. 호탕한 웃음과 구수한 입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러나 성적이 나빠지자 그는 후배 선수들을 다그쳤고 결국 94년 프로야구 초유의 '선수 항명 사건' 이라는 부메랑을 맞아 쫓겨났다. 지난해 12월 이감독의 부름을 받고 복귀한 그는 "이제야 야구를 알 것 같다" 며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 '무쇠팔' 최동원 코치

최코치는 고집이 유난히 셌다. 80년대 당시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선수회 활동에 앞장선 것도 그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구단으로부터 '미운 털' 이 박힌 그는 90년 은퇴, 야구판을 떠나 있었다. 10년여 만에 고향인 야구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 부드러운 코치로 변해 있다.

◇ '까치' 김정수

한때 '한국 시리즈의 사나이' 로 불리던 김정수(39)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고향팀 해태를 떠나 SK를 거치면서도 그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유니폼을 벗으려는 그를 다시 붙잡은 이는 이감독.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보자" 는 이감독의 요청에 그는 '말술' 도 끊고 훈련에 전념했다. 현역 최고령인 그는 지금 한화의 중간 계투로 세경기에 나와 무실점의 철벽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 '돌쇠' 김종석

"두산에 있었으면 지금쯤 은퇴했겠죠. "

프로야구 12년 동안 김종석(30)은 철저히 무명이었다. 제대로 빛 한번 못보고 두산의 1루수 백업으로만 자리를 지키던 그는 결국 지난해 한화로 쫓겨나듯 옮겨왔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기엔 너무 아쉬웠다. 지명 타자로 자리를 잡은 그는 지난 12일 현재 타율(0.467).최다안타(14).타점(12)1위를 휩쓸며 한화 공격의 선봉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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