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주민, 통영 살인범 얼굴 우산으로 내리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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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 묶고 … 김점덕이 26일 실시된 현장 검증에서 자신의 트럭에 태운 한아름양의 손을 끈으로 묶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마을회관 1층에 있는 김점덕(45)의 집 작은방. 경찰이 “어떻게 목을 졸랐는지 재연해보라”고 하자 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이웃 초등생 한아름(10)양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노끈 등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그는 숨을 몰아 쉬며 파르르 떨었다.

 현장검증을 하던 경찰이 다시 요구하자 그는 꿇어앉아 범행 장면을 연출했다. “노끈으로 목을 졸랐느냐”는 물음엔 들릴 듯 말듯 “예”라고 대답했다.

그는 “죽을 죄를 지었다. 아름이가 다음 세상에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은 마을회관 1층의 집에서 임대료를 내고 살았다. 부녀회·노인회관 등으로 사용되는 2층과 출입구가 달라 누가 출입하는지 쉽게 알 수 없는 구조다. 농번기여서 2층에는 주민 출입이 거의 없던 때였다. 범행 당시 아내(21)는 일하러 나가고 딸은 유치원에 가고 없었다.

 집 마당에는 오토바이가 있었다. 화단과 현관문 앞에는 그가 마신 빈 소주병들이 널려 있었다.

 본채는 중앙에 거실, 왼쪽에 작은방, 오른쪽엔 부엌이 딸린 큰방이 있다. 거실에 빨래가 널려 있는 등 집 안은 대체로 복잡해 보였다.

 김은 작은방에서 주로 기거했다. 범행 후에도 이 방에서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에서 그는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 등을 즐겼다.

 이날 1시간30분가량 마을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을 유족 10여 명과 주민 100여 명이 지켜봤다. 장모(58·여)씨는 범행 장면을 재연한 김에게 달려들어 우산으로 얼굴을 내리쳤다. 장씨는 “너무 괘씸하고 분해서 그랬다”며 흥분했다. 김이 아름이의 손을 묶고 입을 막은 뒤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끄고 마을 진입로 하수구에 버리는 장면에서는 아름이 아버지(58)가 달려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아버지 한씨는 “딸을 살려내라”며 통곡했다. 이 마을에 사는 김점덕의 아버지(82)는 ‘유족과 마을 주민에게 대신 사과를 드린다’는 사과문을 이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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