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야, 잠 좀 자자 잠 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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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화하는 매미 25일 새벽 대전시 관저동 관저 어린이공원 땅속에서 나온 매미 한 마리가 잣나무에 매달려 우화(羽化)하고 있다. 매미는 애벌레로 땅 속에서 3~7년 정도 지내다 여름 한철을 살기 위해 성충으로 변한다. 우화는 천적을 피해 주로 늦은 밤부터 새벽에 이뤄진다. [프리랜서 김성태]

“맴맴맴~.”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정근(45·회사원)씨는 요즘 밤새 울어대는 매미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가뜩이나 무더위 탓에 체력이 떨어지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꺼번에 울어대는 매미 소리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하소연했다.

 많은 사람의 잠을 설치게 하는 매미 소리는 심할 경우 열차가 달리는 철로변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소음 수준까지 도달한다. 25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종류나 숫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미 소리는 보통 62~82데시벨(㏈) 정도다. 소음 환경기준치인 65㏈을 웃돈다. 심하면 100㏈을 넘기도 한다. 환경과학원 강대준 박사는 “100㏈이면 열차가 철로변을 통과하며 내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설명했다.

 매미가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도 계속 우는 것은 주변이 인공조명으로 밝은 데다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야간에도 기온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연구사는 “열대지방에서 매미들이 밤에도 많이 우는 것으로 볼 때 온도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이권(에코과학부) 교수는 “동틀 무렵인 새벽 5시쯤부터 울어대는 매미는 거의 대부분 참매미”라며 “말매미가 울지 않는 시간을 피해 참매미가 우는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국내에 사는 매미 중 덩치가 가장 큰 말매미는 높은 온도를 좋아하고 낮시간에 주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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