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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강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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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창희
사회부문 기자

서울의 한강다리 25개 위로는 하루 150만 대의 차와 열차가 다닌다. 근데 이 다리가 절대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는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졌다. 무게에 의한 처짐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리 중간에 또 하나의 상판을 올려놓은 방식이다. 접합점이 많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될 경우 취약성이 드러난다. 94년 사고도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 공법으로 만든 다리가 서울에는 또 있다. 성산대교와 한강대교다. 이 중 성산대교는 서울시의 요주의 1호 다리다. 상판 핀이 부러져도 버틸 수 있도록 보강해 관리하고 있지만 늘 신경이 쓰이는 교량이다.

 81년 준공된 원효대교는 ‘우리도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 때가 됐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교각 쪽에서 중앙부로 콘크리트를 쳐 나가는 디비닥공법이 사용됐는데, 공법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우려대로 원효대교는 만든 지 10년이 지나자 심한 처짐 현상이 발생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 같은 공법으로 만든 전북 임실의 운암대교를 비롯, 충북의 상진대교·청풍대교 등도 모두 처짐 현상 때문에 보강 공사를 해 쓰고 있다.

 한강 다리 얘기를 잔뜩 하며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건 아니다. 서울시 안전을 책임지는 도시안전실 관계자들조차 공공시설물 안전 사고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는 귀가 번쩍 트이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미국도 그랬다. 2007년 붕괴돼 62명의 사상자를 낳은 미니애폴리스 교량도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만든 다리다. 미국은 89년부터 2000년까지 503개의 다리가 연쇄적으로 무너져 교량공포증(gephyrophobia)이란 용어까지 생겼다. 시간 주기로 볼 때 본격적인 도시개발이 미국보다 30년 정도 늦은 우리에게 비슷한 안전 사고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도시가 늙어 가면서 공공 시설물도 노후화된다. 서울만 봐도 한강 교량뿐 아니라 40㎞에 이르는 하천복개도로, 지하철 역사, 미로처럼 얽힌 지하 공간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지방도시는 더 열악하다. 반면 위기의식은 약해지고 있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의 기억이 희미해질 만큼 오랜 기간 대형 참사가 없었던 점도 경계심을 무장해제시킨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 분야 투자는 외면한다. 서울시에서도 안전 예산 비중은 98년 이후 감소세다.

 그러고 보니 2012년은 근대화 50주년인 셈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62년에 시작됐다. 대선 주자들은 개발과 발전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 시대를 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계획분야에서도 건설의 시대를 지나 관리의 시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성수대교 붕괴 때 우리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 교수의 경고를 들어보자. “산업화는 풍요와 위험을 함께 낳았다.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실험된 한국은 특별한 위험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