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진용 찬밥 설움 딛고 해결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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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이 아파 공을 던지지 못했던 지난 시간까지 함께 던지겠습니다. "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서울 라이벌 LG와 시즌 1차전을 치른 두산 더그아웃은 떠들썩했다. 김인식 감독이 깜짝 선발로 기용한 무명투수 정진용(24)이 7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 자신의 프로 첫승과 함께 팀 3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정선수의 선발 등판은 의외였다. 입단 2년차인 정선수는 지난해 두경기에 출장, 4와3분의1이닝 동안 승패 없이 방어율 12.46을 기록했을 뿐이고 지난해 5월 이후에는 주로 2군에서 보냈다. 올시즌 연봉은 고작 1천8백만원.

그러나 그는 최고시속 1백46㎞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6회 1사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자신을 버린 LG를 농락했다. LG는 정선수가 한서고 재학중일 때 지명했다가 홍익대 시절 성적이 신통찮은데다 팔꿈치까지 다치자 지명을 포기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면서 두산에 2차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당시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약이 됐지요" 라며 경기 후 담담히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겨울 팀의 해외 전지훈련 참가자 명단에서 빠졌을 때도 낙담하지 않았다. 혼자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아 몸 만들기에 전력했다. 대구상고-한양대에서 명투수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 정기혁씨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

"아직은 얼떨떨해요" 라는 그의 프로 맛보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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