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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시장 민간매각…유통·수산업체 물밑작업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내의 '노른자위' 땅인 노량진수산시장의 민영화를 앞두고 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와 사조산업 등 수산업체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민영화 대상인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해 한국냉장(한냉)의 이사회를 거쳐 이달 10일 매각공고를 낸 뒤 내달초 1차 입찰을 실시하는 등 상반기중에 매각을 마칠 계획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한냉이 100% 출자, 노량진수산㈜이 위탁관리하고 있으며 한냉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이다.

◇인수 후보는= 지난달 15일 IR 대행사인 삼성증권이 가진 매각 설명회에는 롯데.LG.신세계.제일제당 등 대형 유통업체와 사조산업.동원산업등 수산업체, 건설업체 등 35개 업체 1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시하는 곳은 없지만 시장 부지의 가치를 놓고 볼 때 각 업체가 활발한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유통공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타용도 개발을 목적으로 한 건설업체로의 매각에 부정적 시각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형 유통업체로의 인수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롯데나 제일제당은 노량진수산시장 인수후 한냉 인수를 통해 축산물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도 해양부와 협의를 통해 한냉의 대출금을 떠안고 농수산물가격안정기금을 융자받아 노량진수산시장, 또는 시장관리법인인 노량진수산㈜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수협중앙회가 최근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산업계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알짜배기 부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노량진수산시장은 지하철,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는데다 금융 메카인 여의도도 지근거리여서 마지막 남은 알짜배기 부지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입찰을 통해 1천700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두 2만7천여평 부지의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동안 수도권 물량의 40%를 소화하면서 지표가격 형성 등 중앙 도매시장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수산물도매시장을 현 위치에서 외곽으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시내 요지에 위치한 노량진시장 부지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출되는 이견 = 노량진수산측과 시장상인, 수산업계 등은 매각조건에 도매시장 기능유지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측은 매각 설명회에서도 시장을 다른 용도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의 참여가 대부분이었다며 투자가치에 대한 홍보에서도 시장의 유지발전에 대한 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와 수산업계도 노량진시장이 매각되더라도 종전의 시장기능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해양부는 기획예산처, 농림부, 서울시에 협조공문을 보내 "민영화보다는 서울시가 인수, 공영시장으로 유지하면서 수협 등 생산자단체가 시장운영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삼성증권은 매각 설명회에서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 현대적 복합건물 등 부동산 개발 수익 등이 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밝힌바 있어 다른 용도로 개발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원태 농수산물유통공사 민영화추진반장은 "매각공고에 수산물도매시장 기능 유지가 전제조건으로 붙을 것"이라며 "그러나 인수업체가 향후 영업허가권 등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다른 목적으로 개발하면 어쩔 수 없는것 아니냐"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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