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에 ‘이승만홀’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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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프린스턴대학교. 1980년 경제학 석사 과정으로 입학한 김종석씨가 유학 시절 내내 안타까워한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이곳을 졸업했다는데, 어떻게 하숙집이나 기념관 같은 흔적 하나 없나….”

 30여 년 전 김씨가 유학생 10여 명과 맥주를 마시며 나눈 그 안타까움이 마침내 해소됐다. 교정에 이승만(1875~1965) 기념홀이 생기는 것이다. 프린스턴대 한국동문회의 작품. 동문회장은 김종석(57·사진) 홍익대 교수다. 동문회는 이 전 대통령이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 100주년인 2010년, ‘이승만 펀드’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구자홍 LS그룹 회장 등 사회 각계 인사 40여 명이 참여해 5억3000여 만원을 모았다.

 동문회는 이 기금으로 우드로 윌슨 스쿨 지하 1층에 있는 200여 석 규모의 강의실을 ‘이승만홀(Syngman Rhee·1910 Lecture Hall)’로 명명한다. 홀에는 이 전 대통령 얼굴 부조와 기부자 명단이 새겨진 기념 동판을 건다. 또 프린스턴대 공공정책 대학원 과정인 ‘우드로 윌슨 스쿨’에서 연간 한 차례 이상 기념 강연회도 열 예정이다.

 동문 회원들은 프린스턴대 총장을 지낸 우드로 윌슨(1856~1924) 미국 대통령(28대)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인연을 강조한다. 윌슨은 1918년 ‘민족 자결주의’를 선언했다. 강대국의 약소 민족 주권 찬탈을 비판한 내용이다. 3·1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윌슨은 이 전 대통령이 이 학교에 다닐 때 정치학 교수로, 총장으로 활동했다. 건국대 이주영 명예교수(사학과)는 “윌슨이 딸 결혼식이 열리는 백악관으로 이 전 대통령을 초청할 정도로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약소국 대통령으로, 주눅들지 않고 대외 관계를 풀어나간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김종석 회장은 “역사적 평가는 엇갈리지만 초대 대통령을 기념해야 한다는 데는 회원들간 이견이 없었다”며 “기금 활동을 계속해 장학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의실 명명식과 기념 세미나는 10월 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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