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재처리 못하는 원전 강국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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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자력 이용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가하던 미국 정부가 우리의 자율성을 일부 인정할 의향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3월 한·미 원자력협정 만료에 앞서 양국이 벌이는 개정 협상을 통해서다. 그동안 미국은 핵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우리 측의 독자적인 원자력 이용을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원자력협정은 대표적인 ‘불평등 협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를 허용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대해 미국은 ‘절대 불가’에서 물러나 절충의 여지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환(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와 만나 “재처리에 대해 미국도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협정이 체결된 지 40년이나 됐다”며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변화된 상황을 감안해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해체 또는 가공할 수 없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 허용에 대해선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협상을 담당해 온 한 고위 외교관은 “수입 우라늄을 우리가 농축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경제성뿐 아니라 핵 비확산 등을 두루 감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 문제에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미 당국은 현행 원자력 협정이 2014년 3월에 효력이 끝남에 따라 2010년 10월부터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외교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가 두루 참가한 한·미 정부 간 본협상을 올 2월까지 다섯 차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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