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목 받았던 신인들 (13) - 98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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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말 한국경제에 불어닥친 IMF 구제금융 한파는 프로야구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쌍방울,해태 등이 모기업의 경영사정 악화로 긴축 재정으로 구단 운영을 하게되고 다른 구단들도 구단 운영 자금을 대폭 축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해마다 폭등세를 보여왔던 신인들의 계약금 협상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오게 된다. 이른바 '몸값 거품빼기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는 크게 두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IMF 한파로 인해 각 구단의 재정형편이 어려워진 것을 들 수 있고, 98 시즌부터 새로이 도입된 용병 제도로 인해 각 구단들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보다는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등에서 경험을 쌓은 용병선수들을 보강하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판단하에 신인선수들에게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96년 이정길,차명주,최창양 97년 장문석,이성갑등 고액의 계약금을 받고도 몸값을 해내지 못한 신인들이 속출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더욱 심화되었다.

1. '초대형 슬러거' 김동주의 입단

98시즌을 앞두고 입단한 신인들중에는 유난히도 타자쪽에서 대형 재목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계약금 3억이상을 챙긴 '빅4'신인들도 모두 타자들이었다.(OB의 김동주,LG의 조인성,현대의 안희봉,롯데의 조경환) 이중에서 전문가들과 팬들의 관심을 가장 크게 모았던 선수는 배명고-고려대를 거친 대형타자 김동주였다.

94시즌 고졸 신인 우선지명에서 이미 OB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고려대로 진학, 국가대표 4번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역대 야수사상 최다 계약금인 4억 5천만원(종전 이병규(LG)의 4억 4천만원)을 받고 OB에 입단한다.

'신인왕 0순위'로 지목받았던 그는 시즌 개막부터 기대에 걸맞게 장타력을 뽐내며 5월까지 타점 1위를 달리게 된다. 신인왕에 무혈입성 하는 듯 싶었던 그는 6월부터 상대 투수들의 견제속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들게 되면서 하위타순으로 내려가게 되고 급기야는 2군으로 오락가락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OB의 성적도 하위권에서 맴도는 부진에 빠지게 된다.

'용두사미'격으로 시즌을 끝마치는 듯 했던 그는 시즌 후반기부터 다시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특유의 장타력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희박하게만 보였던 OB는 시즌 막판 기적의 8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이 시기에 김동주는 용병 우즈,심정수와 더불어 팀의 중심타선을 이끌며 큰 공헌을 한다. 98 시즌 그의 성적은 타율 0.265 홈런 24 타점 89로서 홈런과 타점은 어느정도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지만 타율이 다소 부진한게 아쉬웠다.

2. '깜짝 신인'에서 '신인왕'으로 도약한 김수경

인천고를 졸업한 신인투수 김수경이 현대에 2억 1천만원을 받고 입단할 당시만 해도 그를 신인왕 후보로 꼽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잠재력이 풍부한 신인으로만 평가 받았을 뿐 오히려 그보다는 삼성에 입단한 동기생 김진웅(대구고,계약금 2억 4천만원)을 주목하는 이가 더 많았다.

그러나 그는 김시진 코치의 철저한 지도속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갔다. 착실한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을 연마한 그는 정민태,정명원,위재영등 기랑성같은 투수들이 포진한 '투수왕국' 현대의 선발진으로 당당히 합류했고, 135km의 빠른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는 16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신인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154개)을 15년만에 경신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15년전 기록을 세웠던 장본인은 다름아닌 김수경을 키워낸 '사부' 김시진 투수코치 였다.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그는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의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기도 하는데 선발로 등판한 6차전에서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연소 승리투수라는 기록을 세우며 팀의 우승에 큰 공헌을 하게된다.

12승 4패 방어율 2.76 탈삼진 168개의 호성적으로 대형 신인 김동주와 삼성의 톱타자로 맹활약한 강동우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이후에도 탈삼진왕,다승왕등을 거머쥐며 현대의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하였고 1억 2천 7백만원의 연봉으로 역대 프로 4년차 선수사상 최고 연봉을 받는 지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3. '불운의 선수' 강동우

경북고-단국대를 졸업하고 1억 6천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강동우는 이미 대학시절 97대학 춘계리그에서 도루상을 타는등 빠른 발을 보유하고 있어 '느림보 군단'삼성 타선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삼성의 외야에는 양준혁,신동주,최익성에다 해태에서 이적한 노장 이순철까지 버티고 있어 그가 주전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공,수,주에서 센스있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그는 부상으로 부진을 보인 최익성을 밀어내고 일약 사자군단의 톱타자로 자리매김 한다. 0.300의 타율에 10홈런 22도루를 기록하며 톱타자로 흡잠을데 없는 활약을 선보이고 수비에서도 폭넓은 수비를 과시하며 그는 향후 10년은 삼성의 톱타자로 활약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쉽게도 김수경에게 신인왕을 내준 그는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크나큰 불운을 겪게 되는데 2차전에서 이병규의 안타성 타구를 처리하다가 그만 펜스에 부딪히면서 왼쪽 무릎의 복합골절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된다.

이미 방콕 아시안 게임 대표로 선발되었던 그는 출전도 못하는 불운을 겪게되고 차칫하면 선수생명이 끊일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그는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게 되었고 2001 시즌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4. 그 외의 신인들

신일고-연세대를 졸업한 국가대표 주전 포수 조인성은 역대 포수사상 최고 계약금인 4억 2천만원에(종전 진갑용이 OB에 입단할 당시 받았던 3억 8천만원) LG에 입단하게 된다. 타고난 어깨를 바탕으로 앉아서도 2루에 송구할 능력을 갖춰 '앉아 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 그는 영리한 투수리드,일발 장타력을 겸비하여 팀내에서 김동수의 대를 이를 대형포수로 큰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팀내에서 김동수를 제치고 주전자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른 팀에 갔더라면 당장 주전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입단 첫 해 그의 성적은 0.269 타율에 홈런 2 타점 15개로 몸값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이었다.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획득함과 동시에 병역면제를 받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3억 이상의 계약금을 챙긴 두 명의 대형타자 현대의 안희봉(대전고-연세대-현대피닉스, 계약금 3억3천만원)과 롯데의 조경환(서울고-고려대-현대피닉스-상무, 계약금 3억원)도 팀의 차세대 거포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채 시즌을 마감한다.

안희봉은 올시즌을 앞두고 현대에서 방출되었으나 해태에 새로이 둥지를 트고 재기를 꿈꾸고 있고, 조경환은 마해영이 빠져나간 팀의 중심타선에 새로운 거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절치부심 하고 있다.

조인성에 버금가는 대형 포수로 기대를 모았던 한화의 신경현(군산상고-동국대,계약금 2억 4천만원)은 출장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한채 단 한개의 안타도 쳐내지 못하고 시즌을 마친다. 93년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 타격왕, 96년 대학야구 춘계리그 MVP등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프로에서의 데뷔 첫 해는 너무나도 초라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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