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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겉모습 바꾸는 '마법의 손' 진나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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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요. 연예인, 특히 인기 있는 스타라면 옷 하나, 화장품 색깔 하나까지 따지는 게 공통된 자세니까요." 진나겸(39)씨는 1988년부터 스타들의 의상과 머리모양, 화장 등을 돌봐온 중견 '스타일리스트' 다.

스타일리스트란 화장과 분장을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머리 모양을 만드는 헤어 디자이너, 의상과 액서세리를 챙기는 코디네이터의 일을 종합적으로 해내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 때로는 스타일리스트 한명이 모든 일을 다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각각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총괄 지휘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겉모양을 책임지는 연출자인 셈이다.

특히 방송 무대 출연과 라이브 공연 등을 수시로 해야 하는 가수들의 경우 '스타일리스트가 유능해야 앨범 컨셉에 맞는 원하는 이미지를 팬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미대를 졸업한 진씨는 87년 패션 화보 촬영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이듬해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 조용필씨와 함께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조용필씨와는 90년대 중반까지 함께 일했어요. 음악적으로도 그렇지만 의상·분장에서도 까다로울 정도로 섬세한 분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당신은 정말 오래 일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

그 후론 한국을 찾은 외국 유명 뮤지션들의 일을 많이 했다. 에냐·새비지 가든·스파이스 걸스;에이스 오브 베이스…. 그녀가 '만져준' 뮤지션들이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신바람 이박사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작고(1백62㎝) 가녀린(45㎏)체구, 날카롭고 뚜렷한 얼굴이 처음봤을 때는 정말 만화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사람 같더라구요. 뒤로 넘긴 길게 기른 머리 등 좀 우스꽝스러웠던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느라 고생 좀 했지요."

과연 최근 만나본 이박사는 상당히 바뀐 모습이었다. 세련되게 짧게 잘라 물들인 머리, 가죽 질감의 바지, 아프리카풍의 인상적인 목걸이 등.

"머리 염색을 위해서는 먼저 하얗게 물을 빼야거든요.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를 감아야 하고 나중엔 두피도 아프게 됩니다. 그래도 바뀐 모습을 젊은 팬들이 좋아하니까 이박사 자신도 흐믓해하고 저도 기분이 좋아요."

진씨는 예산을 적게 들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2집 출반을 위해 이미지 변신 작업을 한 이박사를 위해 쓴 돈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여러벌의 의상을 비롯해 구두 등 소품까지 모두 2백20만원. 레코드사 관계자가 놀라 믿지 않으려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비교를 위해 최근 새 앨범을 낸 한 여성 댄스 그룹이 쓴 비용을 알아봤다. 옷값으로 사용한 돈만 약3천만원이란다.

"원단부터 단추 하나까지 모두 직접 구입하고 재단도 직접해요. 또 의상실을 통하지 않고 옷공장에 직접 맡기니까 힘은 들어도 비용이 훨씬 줄지요. 무엇보다 내 의도에 1백% 부합하는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 이런 방식을 택하는거구요."

그녀는 "끊임없는 긴장감과 새로운 감각 유지가 스타일리스트가 갖춰야할 첫번째 덕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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