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키운 산나물과 버섯 따위를 푸짐하게 차려 나눠 먹으며 불치의 병마저 이겨내는 건강한 삶. 팍팍함에 지친 도시인들이 그리는 삶이기도 하다. 최근 강원도와 경기도 등 산 높은 곳에서 이런 삶을 일상적으로 하는 마을들이 많이 생겨났다. 지난해 문을 연 체험농원 ‘산야초 세상’(cafe.daum.net/cm.world)도 그중 하나다.
지난 12일 산야초 세상을 찾아봤다. 횡성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8㎞쯤 가자 우거진 숲 사이로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길목에 놓인 돌 틈마다 이름 모를 풀이 무성했다. 산야초 세상 최신영(55) 촌장이 발 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잎이 넓은 건 ‘비비추’, 꺾으면 흰 즙이 나오는 건 여성한테 좋은 ‘산고들빼기’지요. 다 먹을 수 있는 약초입니다.”
최 촌장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미국 이민 생활을 하며 사상의학과 약용식물을 독학하던 그는 15년 전 경기도 양평에 자그마한 농장을 꾸렸다. 자연을 벗한 삶이 치료에 도움을 주었을까. 병마가 거짓말처럼 물러갔다고 한다. 아예 귀농을 결심하고 양평에 눌러앉았다. 10년째 되던 지난해, 그는 더 깊은 숲을 찾아 횡성 두메산골 8만9000m²(약 2만7000평) 부지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 사이 뜻을 같이하는 동료도 생겼다. 최 촌장은 “대부분 난치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횡성군 공근면 초원리 109-15번지에 그렇게 여섯 식구 열두 명이 모여 살게 됐다.
산야초 세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온라인 카페나 전화 예약을 통해 언제든 원하는 만큼 숲 마을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뒷산 정규 산행에선 손수 딴 약초며 산나물의 효능과 활용법을 배울 수 있다. 직접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거나 산채로 발효 효소 절임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제철 산야초와 꽃으로 수제 차도 만들 수 있다. 참가비 1인 기준 ‘산행+건강 밥상’ 1만5000~2만원, 산채 효소 절임 체험 3만~5만원. 발효 효소에 손수 절인 산채는 갖고 가도록 싸준다. 단, 참가자가 5인 이상이어야 체험 예약이 가능하다. 마을 펜션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033-345-0168.
산야초 세상의 밥상을 피서지에서 맛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강원도 농축산물 전문 유통업체 ‘지농’(g-nong.com)의 ‘여름 휴가 패키지’를 이용하면 된다. 강원도산 돼지고기·닭갈비를 기본으로 산야초 세상의 약쌈채·절임채소와 옥수수·묵은지·감자·라면 등을 첨가해 구성했다. 닭갈비 세트 4~5인용 4만2000원.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G마켓(gmarket.co.kr)과 지농 쇼핑몰(gnfoodshop.
co.kr)에서 판매한다. 전국으로 배달되지만 월요일·공휴일은 배송하지 않는다. 1899-4523.
나원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