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회장 "현대에 핫코일 공급 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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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의 유상부 회장이 현대에 대한 '핫코일 공급 불가' 원칙을 재천명했다.

또 포철 직원들을 중심으로 현대에 대한 반발감정이 확산되고 있어 포철-현대의 철강 분쟁은 당분간 해결점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유상부 회장은 3일 기자와 만나 "현대에 대해 핫코일을 공급할 수 없다는 기존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회장은 "포철이 공급하지 않더라도 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강판 사업을 충분히 계속할 수 있다"며 "하이스코가 사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스스로 핫코일 공급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또 "현대하이스코를 그대로 놔두면 현대차에게 있어 현대건설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미래경쟁력을 위해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유상부 회장이 현대에 대한 핫코일 공급 불가 방침을 이처럼 강력하게 표명함에 따라 포철-현대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포철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6억여원을 부과하고 현대하이스코에 핫코일을 공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었다.

그러나 포철은 이에 반발해 공정위에 이의신청과 함께 서울고법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현대와의 홍보전 최전방에 섰던 박한용 홍보실장을 최근 열연판매팀장으로 임명, 현대에 핫코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포철 직원들도 공정위의 판정에 반발하는 글귀를 책상위에 붙이고 사내 게시판에 글을 띄우면서 경영진의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열연판매실, 법무실, 홍보실 등의 직원들은 책상에 "재벌의 수직계열화를 조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 판정은 수용할 수 없다. 경제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자"는 글귀를 부착했다.

또 사내게시판에는 "자동차용 열연강판은 중간소재로 외부에 파는 제품이 아닌것은 철강업계가 모두 알고 있는데도 공정위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힘을 합쳐 회사가 온전히 설 수 있도록 정열을 쏟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 등 공정위 판결을 반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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