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암행어사 출두요~ 한옥마을서 놀이 한바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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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판소리 춘향전을 마당창극으로 풀어낸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 공연은 이몽룡과 춘향이 혼례를 올리는 해피 엔딩이다. [사진 전주문화재단]

한옥마당에 기름진 음식과 값비싼 술이 상다리가 휠 정도로 차려졌다. 남원 사또 변학도의 생일 잔치상이다. 이방 들은 아첨을 늘어 놓으면서 술잔을 올린다. 기생들의 춤사위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변 사또는 옥에 가둔 춘향이를 불러내 “수청을 들라”고 명한다. 이를 거부한 춘향의 목을 치려는 순간, 출연자와 관람객들은 함께 “어사 출두요”라고 외친다. 거지 행색이던 이몽룡이 마패를 들고 나타 나 변 사또를 혼낸다. 춘향과 이몽룡은 서로의 정표인 가락지를 확인한 감격의 포옹을 한다.

 매주 토요일 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펼쳐지는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 공연 장면이다. 판소리 춘향전을 풀어 낸 이 마당창극이 전주 한옥마을 새 명물로 등장했다. 한옥마을 관광객들은 여름밤 피서도 하고 공연도 즐기 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지난 5월 시작한 마당창극은 관람객이 넘친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날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 다.

 마당창극은 ‘2012년 전북 방문의 해’를 기념하고 한옥 경관을 활용해 상설 공연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전주문화재단이 춘향전을 소재로 제작했다. 오후 8시부터 70분간 판소리와 춤·무예·풍물 이 어우러진다. 공연 1시간 전부터 관람객들을 위해 막걸리와 파전·떡·찰밥 등을 내놓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구경꾼에 머무르지 않는다. 출연자들의 “어디서 왔소” “한옥마을 구경은 했소” “핸드폰을 켜시오” 같은 물음에 답하며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극에 참여한다. 마당창극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처음에 150석을 준비했지만 300여 명이 몰려 절반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소리문화관은 객석을 부랴부랴 250석으로 늘렸다. 지난 14일엔 비가 쏟아지는데도 200여 명이 몰려와 천막을 치고 공연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구경을 한 장택상(47·서울시 양천구 목동)씨는 “평소 판소리는 고루하다고 생각했는데 마당창극을 보니 대사가 감칠맛 나고, 배우들이랑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야간 마당창극이 특히 외지 관광객들에게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명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전주문화재단 063-28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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