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더이상 황금알 아니다"…업체들도 발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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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공사비만 무려 1조원에 달해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려왔던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가 시공사를 찾는데 실패하면서 조합원들이 충격에 빠졌다. 최근 실시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조합이 시공사에 제시한 조건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고덕2단지 조합은 사업 성패와 관계없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면적을 약속받는 지분제 형식을 선택했으며, 무상지분율(조합원 대지지분 기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새아파트 면적 비율) 150%에 3.3㎡당 조합원 분양가 2000만원과, 3.3㎡당 일반분양가 2000만~2300만원을 요구했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공사비를 현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로 갚겠다는 했다.

물론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해서 팔더라도 건설사가 공사비 대신 아파트로 받을 때는 할일분양가가 아닌 원 분양가로 계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었다.

문제는 3.3㎡당 2000만~2300만원으로 일반분양에 성공할 지 여부다. 고덕동 B공인 관계자는 "옆 단지(고덕1단지) 현 시세보다도 분양가가 높은데 사업성이 보장되겠느냐"며 "채산성이 맞지 않으니 건설사들도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1조원이면 뭐해요. 돈이 안되는데"

이미 재건축을 마친 인근 고덕아이파크(주공1단지)는 2009년 분양 당시 일반분양가를 3.3㎡당 2500만~30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현재 시세는 3.3㎡당 1900만원 선이다. 현재 입주한 지 2년 7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미분양을 떠안고 있다. 조합은 일부 미분양 아파트를 현 시세보다 낮춰 판매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주인을 찾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5월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대거 불참했다. 6월 중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재건축 사업 입찰 포기를 선언한 이후, 이달들어 GS건설과 대우건설도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도 발길을 돌렸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적자를 볼 게 뻔한 데 사업에 참여할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사업조건을 대폭 완화하지 않은 한 시공사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고민에 빠졌다. 계약조건은 변경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서다. 고덕2단지 조합 관계자는 "오늘 아침부터 조합원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 등은 계획된 게 없지만, 사업 조건 변경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덕2단지 조합이 결국 무상지분율을 약속받고, 사업 성공에 대한 이익이나 미분양에 대한 위험부담은 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확정지분제(혹은 변동지분제) 대신 공사비만을 지급하는 도급제로 사업방식을 변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덕동 A공인 관계자는 "조합이 무상지분율을 어느정도 낮추긴 하겠지만 크게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때문에 또 입찰에 나서는 시공사가 없을 경우, 결국은 도급제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고덕주공2단지 위치도(자료:클린업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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