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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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은 이탈리아 현지법인인 ‘S.A 밀라노’가 현지 명품 브랜드인 ‘로메오 산타마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신원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창립 39주년 만에 처음이다. 로메오 산타마리아는 1947년 밀라노 비아메데기노 지역에서 산토 산타마리아에 의해 첫선을 보인 명품 피혁 브랜드다. 최고급 악어가죽과 타조가죽을 이용한 핸드백 제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국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와 할리우드 배우 샤론 스톤, 톰 크루즈를 비롯한 수많은 해외 유명인들을 단골로 뒀다.

 이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는 2006~2010년 현대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팔렸지만 2010년 이후에는 판매가 중단됐다. 로메오 산타마리아는 니나리찌, 랑방, 발리, 트루사르디 등 세계적인 명품의 악어가죽 백 라인을 제작하기도 했다. 박수안 S.A 밀라노 법인장은 “로메오 산타마리아는 모든 제품의 제작과 마케팅 등 전반적인 운영을 이탈리아 현지에서 진행해 이탈리아 정통성을 갖춘 브랜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원은 기존 가죽 핸드백 제품 외에 소형 액세서리·선글라스·구두 등을 제품군에 추가해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종합 명품 잡화 브랜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신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세계 명품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전 세계 150개 유통망을 확보하고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방침이다. 신원은 앞으로 해외 브랜드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성철(72·사진) 회장은 “로메오 산타마리아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종합 패션 유통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신원은 1973년에 설립됐다. 70년 의류 하청공장으로 스웨터를 만들기 시작한 박성철 회장이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으로 세웠다. 이후 베스트벨리·씨 등 만드는 여성복 브랜드마다 승승장구했다. 재계 순위 31위까지 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98년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박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모두 내놨다. 2500명이던 직원도 700명으로 줄었다. 구조조정을 거친 신원은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회장은 이후 공장들을 세우고 20,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의류 브랜드를 계속 만들었다. 지난해 신원의 매출은 5357억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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