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삼재 '개미는 괴로워'

중앙일보

입력

"개미들은 면역돼 있는 상태죠. 이미 정현준 게이트다, 진승현 게이트다 하는 굵직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담담합니다. " 삼성증권 權모 팀장의 말이다.

최근 인수 후 개발(A&D) 관련주인 엔피아의 전 주요주주가 검찰에 고발되고 한국기술투자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가 나오는 등 코스닥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權차장의 말대로 투자자들은 큰 사건을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에 괘념치 않는다. 투자자들은 코스닥의 허약성에 지칠대로 지쳐 있다는 얘기다.

◇ 도마에 오른 3재(災)〓이번 사건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은 A&D주, 주가조작, 대주주의 지분매각 등 세 요소.

지난해의 화제는 단연 A&D주의 급등이었다. 대표적인 종목이 문구업체 바른손.

미래랩이라는 새 주인을 만나 인터넷사업을 펼치자 바른손의 주가는 24일 연속 상한가라는 위력을 발휘했다. 사실 대부분의 A&D주들은 특별한 재료가 없는 데도 주가가 급등,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LG투자증권 박종현 기업분석팀장은 "A&D주들이 시장에서 구설에 올라 투자자들의 시각이 좋지 않다" 고 말했다.

코스닥 주가 조작사건은 지난해 세종하이테크 사건이 대표적. 작전세력이 개입해 주가를 조작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 사건으로 지수는 급락했으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올해도 엔피아 전 주요주주 李모씨의 내부정보 이용 혐의와 한국기술투자 서갑수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주주의 지분매각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28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씨엔씨엔터프라이즈.서울제약.솔빛미디어.코람스틸.오리엔텍.인피트론.프로소닉 등 7개사의 주요 주주들은 보호예수가 해제되자 보유물량을 대거 매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 증시에 미칠 영향〓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A&D 관련주들은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리고 있을 뿐이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사건에 개의치 않고 수익을 좇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코스닥에 워낙 많은 탓" 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조정기간이 길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폭락으로 이끌 정도의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길 수는 있지만 증시를 결정짓는 요인이 미국시장과 경기상황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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