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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고 오페라 보고 … 테마파크 ‘저리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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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영화만으로 관객을 모으던 시대는 갔다. 요즘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는 클럽이자 스포츠 관중석이며 콘서트장이고 고급 레스토랑이다. 멀티플렉스는 오늘도 시시각각 변신하며 거대한 문화 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다. 한여름 피서지로도 손색 없는 수도권 멀티플렉스를 꼼꼼히 뜯어봤다. 영리하게 즐길수록 깨알 같은 재미가 쏟아진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클럽·콘서트장·레스토랑

요즘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밤문화는 바로 심야영화 보기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직장인 김보람(26)씨도 친구와 함께 메가박스(megabox.co.kr) 동대문으로 향했다. 매주 금~토요일 밤 영화 3편을 묶어 상영하는 ‘무비올나잇 패키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티켓 패키지는 1인 1만5000원, 여기에 팝콘·맥주 혹은 청량음료 1잔, 기타 간식거리 하나를 고르는 ‘올나잇콤보’를 추가하니 5000원이 더 들었다. 주말 영화 관람료가 평균 9000원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지난 5월 시작한 무비올나잇은 하루 최대 84%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반응이 좋다.

CJ CGV(cgv.co.kr)와 롯데시네마(lottecinema. co.kr)도 지난달부터 24시간 극장 대열에 합류했다. CJ CGV는 강남·의정부·부천점, 롯데시네마는 건대입구·노원·부천점 등 전국 9개 지점에서 시작했다. 복합상영관들은 365일 잠들지 않는 극장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CJ CGV는 자정이 넘으면 영화 관람료가 1편에 6000원, 2편 이상 보면 편당 5000원으로 싸진다. 롯데시네마는 심야 영화를 1편만 봐도 관람료를 5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CGV 압구정 씨네드쉐프에서 느긋하게 상영 전 여유를 즐기는 관객들. 영화 상영 시간 사이 20~30분간 상영관 전체를 빌려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나아가 요즘 극장은 ‘영화 이상의 재미’로 관객을 부른다. 동대문 메가박스는 오는 13일부터 5주간 금요일 밤마다 클럽으로 변신한다.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해가 뜰 때까지 극장 로비를 클럽으로 꾸민다. 전문 DJ를 초빙해 놓고 맥주·칵테일과 핑거푸드도 판매한다. 무비올나잇 관객은 상영관과 로비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트도 다양해졌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경기를 생중계한다. 관람료는 미정이다. 메가박스 코엑스·킨텍스·분당점 등은 올해 말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 실황을 잇따라 상영한다. 일반 3만원, 청소년 2만5000원.

아주 특별한 극장 데이트

롯데시네마 샤롯데관에서 오붓하게 와인을 즐기는 커플 관객.
지난 6일 메가박스 코엑스는 하룻동안 로비 전체가 클럽으로 변신했다. 오늘, 13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메가박스 동대문이 그 바통을 이어 매주 금요일 극장내에 클럽을 연다. facebook.com/megaboxon.

‘짠!’ 지난달 25일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의 샤롯데관. 데이트를 나온 강은주(24)·조기철(26)씨 커플이 와인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일반 상영관으로 치면 130석 규모인 이 상영관엔 둘만의 공간이 ‘보장’되는 가죽 소파 34개가 널찍하게 배치돼 있었다. 편안하게 다리를 뻗은 커플은 관람 도중 벨을 눌러 와인이나 스넥을 주문하며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

붐비는 휴가철, 연인과 오붓한 데이트를 만끽할 장소로 극장, 그중에서도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프리미엄관을 꼽을 수 있겠다. 롯데시네마에 샤롯데관이 있다면 CJ CGV에는 골드클래스, 메가박스에는 킨텍스점의 더 퍼스트 클럽관이 있다. 더 퍼스트 클럽관(2만5000원)을 제외하면 관람료는 3만원대. 일반 관람료의 3배에 달하지만 한적한 평일 오전을 노리면 호화로운 상영관을 통째로 차지할 수도 있다. 관람 1시간 전부터 전용 라운지에서 무료 음료를 즐기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더 퍼스트 클럽관은 별도 스낵바 대신 매점 메뉴 중 음료 1개 스넥 1개가 무료로 제공된다.

CGV 압구정에 있는 씨네드쉐프는 기존 프리미엄관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특수관이다. 관람료 4만원에 감자튀김 또는 크랜베리 샤블레, 프리미어 워터바 음료 한 가지가 제공된다. 상영관과 연결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거나, 상영관에서 간단한 메뉴를 시켜 먹을 수도 있다. 씨네드쉐프 레스토랑을 찾은 임지혜(30)씨는 “팝콘을 곁들인 콘수프나 영화 소품이 그려진 접시 등 영화를 테마로 한 볼거리·먹거리들이 많다”며 “호텔 레스토랑 못지않게 분위기도 좋고 음식 가격도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고 따로따로 이용해도 된다.

조조 관람료 2000원, 어린이 요금제 실시

극장도 7~8월이 성수기다.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기다리지 않고 보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온라인 예매는 필수다. 극장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홈 티켓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운받은 모바일 티켓을 제시하면 별도 발권 없이 상영관 입장이 가능하다. 극장에서도 무인 발권기를 이용하는 게 훨씬 빠르다. 할인 혜택을 미리 확인하면 관람료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CGV 강변과 압구정 무비꼴라쥬는 다음달 31일까지 조조영화 관람료를 2000원으로 확 낮췄다.

아이와 함께라면 메가박스 목동 잼(ZAM)관을 권한다. 50석 규모로 아담하고, 좌석마다 발 받침대와 짐을 올려둘 수 있는 테이블을 갖춰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다. CGV 김포풍무는 매주 화요일 2회차 상영 시간에 부모와 아이를 위한 영화를 따로 상영한다. 한 상영관에서 만 4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영화가 상영되면, 바로 옆 상영관에선 부모를 위한 최신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두 편의 입장과 퇴장 시간을 맞춰놓아 영화가 끝나면 부모가 바로 아이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오픈한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은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을 위한 어린이 요금제를 실시한다. 일반 영화는 5000원, 3D 영화는 8000원이다. 상영관 근처 뽀로로 키즈카페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호젓한 관람을 원한다면 일반 상영관 맨 뒷자리나 가장자리석을 추천한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H~J열 가장자리석, 메가박스는 동대문점 4관 J~L열 16, 17번과 3관 K열 3, 4번 좌석이 외따로 떨어져 있어 커플 예매율이 높다. CJ CGV는 일부 상영관 맨 뒷 줄에 커플석 ‘스윗박스’를 따로 마련했다.

특수 상영관에도 명당 자리가 있다. 영화관 관계자들은 “가장 실감나는 4D 효과를 느끼려면 맨 앞줄 좌석이 좋다”고 한다. 웅장한 영상이 특징인 아이맥스(IMAX) 상영관의 경우 스크린 앞줄과 맨 뒷줄 좌석 사이 정가운데 줄이나 조금 앞쪽 줄의 좌석을 꼽는다.

양파 맛, 마늘 맛, 치즈 맛 … 끝없는 팝콘의 유혹

메가박스 동대문 무비올나잇 관객이 극장에서 제공한 담요를 덮고 맥주와 주전부리를 즐기고 있다.

극장 간식의 절대 강자는 팝콘이다. 하나 팝콘도 시대와 함께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원조 팝콘의 기세도 여전하지만 요즘 판매 순위 1위를 사수하는 팝콘은 따로 있다. 2005년 메가박스가 선보인 뒤 전국 극장가를 장악한 캐러멜 코팅 팝콘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양파 맛 팝콘과 치즈 맛 팝콘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아예 메가박스는 양파 맛 대신 마늘 맛 팝콘을, CJ CGV는 청담씨네시티점에서 바비큐 맛 팝콘을 판매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원하는 맛 팝콘 두 가지를 섞어 먹을 수도 있다. 4000~5000원.

극장에 가면 맛의 유혹, 손가락으로 뭔가 집어먹고 싶은 유혹은 끝이 없다. 2000~5000원 하는 오징어·나초·추러스·감자튀김 등 간식거리가 대상이다. 메가박스에서 판매하는 오븐 포테이토(4000원)는 담백한 맛 덕분에 팝콘만큼 잘 팔린다고 한다.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은 CGV 상암의 ‘스낵 아일랜드’다.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출신 셰프가 지휘하는 이곳에는 피자(4000원)·떡볶이(2500원)·샐러드(4500원) 등 다른 극장 매점에선 보기 힘든 메뉴가 있다. 특별 조리법으로 음식 씹는 소리와 냄새도 줄였다고 한다.

극장에서 가벼운 음주를 즐기는 문화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월드컵 시즌 때 맥주(500cc, 3500원)를 선보인 CJ CGV가 맥주 판매 지점을 확대하자 메가박스는 캔맥주(355cc, 3000원) 판매에 이어 지난 6일 아사히 생맥주(465cc, 8000원)와 국내 극장 최초로 칵테일 메뉴 ‘예거밤’(6000원) 판매를 시작했다. 메가박스 동대문·코엑스점에서 판매하며, 만 19세 이상 1인 1잔 원칙이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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