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간으로 전이 막는 물질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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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장암 환자 10명 중 서너 명은 암 세포가 간까지 퍼져 사망한다. 그래서 암 세포의 간 전이를 초기에 잡을 수만 있다면 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 전이를 막을 방법을 찾아냈다.

 단국대 분자생물학과 이성욱(49) 교수는 12일 쥐 실험을 통해 대장암 세포의 간 전이를 첫 단계에서 막을 수 있는 물질인 ‘핵산 앱타머(aptamer)’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대장암용 항암 신약 개발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4위다.

 건강 검진이나 대장암 수술 후 혈액검사를 할 때는 대부분 ‘암태아성항원(CEA)’이라는 물질의 유무를 확인한다. 이것이 많으면 암 가능성이 높고, 대장암 수술 뒤라면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교수팀은 암태아성항원의 한 부분(PELPK)이 대장암 세포가 간으로 전이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또 그 기능을 막는 핵산 앱타머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암 세포 전이에 간여하는 부분(PELPK)에 핵산 앱타머가 달라붙어 그 기능을 차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핵산 앱타머는 대장암 전이를 억제할 뿐 아니라 암 초기 진단, 간 전이 가능성 정도를 판단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즉 핵산에 형광 물질을 붙여 주사하면 영상으로 PELPK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장암에 걸린 쥐에게 간 전이를 막을 수 있는 핵산 앱타머를 주사하자 90% 이상이 전이되지 않았고 암 세포의 사멸도 촉진됐다”며 “핵산 앱타머는 대량 생산도 아주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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