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 거주 외국인에게 배척 대신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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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필리핀 결혼 이주여성 출신인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주재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다문화 정책의 주요 쟁점 및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일부 외국인 혐오단체 회원들이 소란을 피운 것은 민망한 일이다. 이들이 “다문화 정책은 민족 말살 정책”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이를 말리는 행사 관계자들에게 “반역자”라고 했다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편협한 국수주의는 추방돼야 마땅하다. 이런 행동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화합을 해치는 것은 물론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포용과 화합을 중시한 우리 전통에 어긋날뿐더러 반(反)인권적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내 거주 외국인은 사실 한국 사회의 필요에 의해 입국했다. 농촌 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신부와의 결혼을 주선했으며, 3D업종과 중소기업의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청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이제 손님을 넘어 한반도에 함께 살면서 공동의 미래를 도모할 ‘신입’ 국민이 되고 있다. 이들은 배척이 아니라 배려와 격려, 지원과 포용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러한 외국계 한국인들이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특혜나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이 결코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 공동의 번영과 이익을 위한 일이다. 이들이 종교·문화·언어의 차이로 인해 정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교육과 지원, 그리고 사회적 격려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이미 외국인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국경을 넘는 인적·물적 교류가 갈수록 강화되는 국제화에 따라 이런 추세는 계속 강화될 전망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인구 감소가 우려되고 여러 분야에서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혐오와 배척을 주장하는 사람을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이 문제를 언제까지나 양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이런 행동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출신국·외모·종교·문화·언어 등이 다르다고 혐오를 부추기는 사람을 제재하는 법률 제정도 추진해야 한다. 외국인과의 공존은 이제 한국 사회의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기 때문이다.